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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여행

밥마샤, 마린스키극장 연해주무대 - 블라디보스토크의 마지막을 장식하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실질적인 마지막 날. 내일 저녁이면 나는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서 늦은 밤 비행기를 타고 집에 돌아갈 것이다. 7박 8일의 일정이었으니 기념품이나 옷을 챙기다 보면 오전도 금방 지나가겠지. 오늘이 블라디보스토크를 눈에 새길 수 있는 마지막 날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새삼, 익숙해진 블라디보스토크의 풍경이 다시금 애틋하게 보였다. 그리고 그 풍경들이 살살 내 마음을 건드려 결국 이 날은 조금 일찍 브런치를 먹으러 숙소를 나섰다. 어디서 먹을지는 따로 정하지 않았다. 집을 나서며 무엇을 먹을지 얘기하다가 "그래도 한국 가면 다시 못먹어볼만한 걸 먹어야 하지 않아?" 라는 친구의 제안에 자연스럽게 러시아 가정식을 하는 '밥마샤'라는 가게를 찾았다. 소파, 책, 액자 같은 가구와 소품들이 .. 더보기
브이싸따 -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세 남자의 미식기 '한 끼는 무조건 파인 다이닝이야.' 이왕 물가가 싼 브라디보스토크에 온 만큼, 양식의 진수를 먹어보자 다짐하며 공항에서부터 다짐한 세 사람이다. 그리고 드디어 그 만찬의 때가 왔다. 꽤 맛있게 먹으면서도 동시에 빠듯하게 아껴왔던 이유는 이 저녁을 위해서였다. 독수리전망대 근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브이싸따'라는 레스토랑을 찾아갔다. 얼마 안하는 택시비를 아끼기 위해 걸어 올라갔는데, 아무래도 학습능력이 없었던 것 같다. 독수리전망대를 올라갔을 때처럼 길을 찾기도 어렵고, 굽이지고 가파른 경사로를 올라가기도 쉽지 않았다. 브이싸따를 가실 분들, 독수리전망대를 오르실 분들은 꼭 그냥 택시를 타시길. 바보는 셋으로 충분하다. 블라디보스토크의 전경이 한 눈에 보이는 고급 맨션현관의 초인종.. 더보기
연해주국립미술관, 러시아예술가연합 전시관 - 잊었던 미술관을 찾다. 식사도 하고 티타임도 가졌으니 좀 움직일 시간이다. 선선하긴 하지만, 러시아의 태양도 쨍쨍하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기 때문에 선선하고 그늘진 곳을 산책하기로 했다. 미술관이다. 솔직히 블라디보스토크 같은 작은 도시에 제대로 된 미술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아니, 뭐 미술관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국립 미술관이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 블라디보스토크 역에서 멀지 않은 곳, 다른 건물과 똑같이 자리 잡고 있어 지나칠뻔한 연해주 국립미술관을 지나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솔직히 미술관에 들른 건 오랫만이었다. 이전부터 박물관과 미술관의 문지방이 닳도록 다녔지만 최근 5년은 들른 기억을 손에 꼽을 수 있다. 한국에서 최근에 본 전시회, 특별전시라고 가본 곳들이 전부 참여형이란 이름으.. 더보기
국립 연해주 박물관, 벨기에펍 - 유럽 속 익숙한 과거와 만나다. 러시아가 버거의 종주국임을 다시 느낀 점심이 지나고, 오전과 다른 여행을 하기 위해 다시 블라디보스토크 거리로 나섰다. 국립 연해주 박물관과 미술관이 목적지다. 이 작은 도시에 국립 박물관과 국립 미술관이 둘 다 있다니. 여행을 가면 거리와 스케줄로 유명 미술관과 박물관을 못들리는 것이 가장 아쉬운 내게는 더할나위 없는 행운이었다. 눈이 부시게 좋은 날씨가 우리를 유혹했다. 유럽 거리를 이렇게 맑은 날씨에 거늴 수 있다는 것 또한 행운이다. 하지만 이 날 오후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오전, 러시아의 따가운 햇살은 루스키 섬에서 맛볼 만큼 맛봤다. 러시아의 맑은 하늘 아래 따가운 햇살보다는 러시아의 에어컨 공기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경로 상 가까운 국립연해주미술관부터 들렀지만 오늘은 뭔가 원하는 대로는 안.. 더보기
요새박물관 - 최전방이었던 요새에서 포크롭스키 주교좌 성당에서 내려와 해변을 끼고 천천히 언덕을 내려가고 있자니 바닷바람이 따갑다. 햇빛이 바람에 비쳐서 따가운 건지, 철썩이며 솟는 바다의 소금기가 내 뺨에 붙는건지 모르겠지만, 그 따가움이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언제고 이런 따가움을 느끼며 산책을 하고 싶었다. 언덕을 조금 내려오면 언제봐도 평화로운 해양공원이 눈에 보인다. 해양공원을 조금 거닐다 보면 언덕 위로 이어지는 크지 않은 계단이 있다. 있는 것을 굳이 알려주지는 않겠다는 듯, 조용하게 그 자리에 있는 계단을 올라가면 요새박물관이 나온다. 꽤 유명한 관광지지만 많은 사람이 오가지는 않고 있었다. 마치 아직도 요새로서의 기능을 하는 듯 고요했다. 요새박물관의 입장료는 200루블이다 . (3300원 가량) 박물관이라고 해도 정돈된 .. 더보기
올드패션드 - 러시아 미식에 눈뜨다 잠시의 휴식을 마치니 12시가 살짝 넘었다. 미리 봐 두었던 음식점. 올드 패션드에 들어갈 시간이다. 이름과는 다르게 세련된 야외 라운지를 가지고 있는 식당이었다. 햇살이 이보다 좋을 수 없는 날이어서 식당 내부도 궁금했지만 야외 라운지 석을 선택했다. 웨이터가 안내해준 자리는 가장 중앙, 전망 좋은 자리였다. 아침부터 어디 앉지도 않고 계속해서 걸어온 우리에게 가장 맘에 든 것은 역시 의자. 그대로 잘 수도 있을 만큼 푹신한 의자에서 일정 생각도 없이 유리 위로 비치는 우유 탄 듯한 하늘을 만끽했다. 메뉴판은 외국인에게 맞추어 영어와 한국어가 섞인 메뉴판을 가져다주었다. 뭔지 모르면 손짓 발짓을 하며라도 물어보면 되지만, 이런 배려가 있으면 더 좋을 수밖에 없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테이스팅 코스'.. 더보기
블라디 브런치 로드 - 남쪽 해안가를 따라 혁명광장이 햇빛으로 따가워졌다. 자리를 피할 때가 되었다. 점심을 먹기는 이른 시간이지만, 브런치를 먹기 위해 산책하기엔 아주 좋은 시간이다. 먼저 들른 곳은 가장 규모 있는 혁명광장 기념품샵이지만, 기념품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우리는 거리를 걷는 중이니까 말이다. 혁명광장 기념품샵을 끼고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해안이 따라 보이는 산책로가 나온다. 물론 블라디보스토크 외곽으로 빠지는 주 도로중 하나지만 굳이 신경 쓰지 않는다. 하늘이 블루 큐라소보다 맑고 황홀한 색을 자랑하고, 산책하기 좋은 햇살이 몸을 휘감는다. 이런 날씨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만 봐도 즐겁다. 그 이상 눈길을 끄는 것이 없을 때 얘기다. 군 건물을 지나자 마자 큰 잠수함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단순히 전시품인가 싶었더니 내.. 더보기
혁명광장 -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혁명적 아침 사람이란 자고 먹은 후, 다시 푹 잘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밤이었다. 잘 수 있는 한 가장 푹 잔 이튿날, 날씨는 이보다 좋을 수 없게 청명했다. 전 날 사온 아침을 적당히 먹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옷을 챙겨입고 거리로 나섰다. 블라디보스토크의 주말은 한적한 소도시의 느낌이 물씬 났다. 물론 아시아 끝자락임에도 유럽의 정체성을 잃지 않은 온갖 옛 서양식 건물들과 키릴문자의 향연은 우리가 아시아 맨 끝, 그러나 유럽 한 가운데 와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했다. 스베틀란스카야 거리를 향해 지체없이 내려갔다. 첫 목적지는 혁명광장이다. 그러면서도 건물들에서 밀려오는 진한 유럽의 감성은 충분히 마시고 즐겼다. 그리고 그 냄새의 근원, 바다가 보이는 혁명광장에는 가장 러시아다움의 집합이 기다리고 있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