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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권 명작마시기]9.설국 -덧없지만 아름답다 설국 (雪國)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민음사 163p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国境の長いトンネルを抜けると雪国であった。夜の底が白くなった。信号所に汽車が止まった。)일본 문학과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한 번쯤은 봤을 법한 구절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역작, '설국'의 이 첫 구절은 읽는 것 만으로 영화의 한 장면이 지나가는 듯한 착각을 준다. 비단 이 한 구절만이 아닌, 설국과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모든 작품의 특징이기도 하다. 손을 뻗으면 잡힐 듯, 숨을 들이쉬면 맡아질 듯 한 생생한 문체는 소설이 아닌 문장과 문장들을 읽는 것 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이렇게 노래하듯 흐르는 문장의 행진 사이로 그려지는 이야기는 필시 아름다우리라.. 더보기
레디 플레이어 원 - END는 AND를 만든다 레디 플레이어 원 (Ready Player One) 장르러닝타임개봉일 관람가 감독 출연 액션, SF, 어드벤처 140분 2018. 03. 28.12세 이상 관람가 스티븐 스필버그마크 라이런스 (할리데이)사이먼 페그 (모로)올리비아 쿡 (사만다/아르테미스)타이 쉐리던 (웨이드/퍼시발)이처럼 특이한 이유로 주목받은 영화가 근래에 있을까.'수많은 영화,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캐릭터의 등장'은 '레디 플레이어 원'이 개봉 전부터 주목 받던 원동력이었다.물론 단지 마구잡이로 캐릭터들을 집어넣은 것에서 나온 기대감만은 아니었다. 그 많은 캐릭터들을 알아 볼 정도의 '문화광'들은 마구잡이로 캐릭터들을 집어넣은 것에 대한 실망감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괴작을 수도 없이 만나왔고 실망했기에 오히려 이런 식의 홍.. 더보기
일본도덕사상사-도덕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일본도덕사상사 이에나가 사부로 지음 예문서원 325p ‘일본도덕사상사’는 특이하다. 도덕을 말하지만 일반적인 도덕을 말하지 않는다. 저자는 될 수 있는 한 학자들에게 의해 연구되어온 도덕적 철학사상을 배제했다. 그 빈자리에 그 당시의 시대를 움직이는 이들의 이야기를 채워 넣는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올바른 행동’ 대신, 한 시대를 살아가던 주요 계층의 ‘현명한 처신, 영리한 처세법’을 부각한 것이다. 보통 ‘도덕’이라고 우리가 생각하는 이미지와는 반대로, 오히려 이름을 붙이자면 세부적인 ‘문화’에 가까운 것을 도덕이라고 부르고, 부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저자, 이에나가 사부로가 이 책으로 외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저자의 의도는 머리말에서부터 명확하다. ‘지금까지의 도덕사상사에서는 역사를 움직이.. 더보기
[쌉싸래한 단편소설]Chocolate-달콤쌉싸래하다 거의 모든 이에게 첫 사랑이 있다. 그 첫사랑이 언제냐고 물으면 초등학교 시절부터 더 심하면 유치원 시기까지 나올 것이다. 하지만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 열렬히 사랑했던 시절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앞과 같은 대답은 많이 줄어든다. 대부분의 첫사랑은 아무것도 모르고 비슷한 감정으로 느끼는 사랑이기 때문이다.후쿠미는 모델 친구인 미야코를 좋아한다. 언제나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피부 걱정이나, 먹을 것 이야기를 하며, 맛있는 초콜릿을 찾아다니는 일상을 공유하고 있으면, 자신이 그 아이보다 통통하다든가 하는 모자란 부분은 어째도 상관없었다. 아직은 별 생각이 없지만, 사귄다면 미야코 같이 당당하고 멋진 사람과 사귀고 싶다고 할 정도로 미야코를 좋아했다. 그녀 앞에, 미야코의 동료인 카이가 나타난다. 후쿠미는 카.. 더보기
[아인의 서재]3. 1984_존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공포 ‘지나친 감시는 사람을 옭아매고 자유를 잃어버리게 한다.’는 주장이나, ‘현대의 빅 데이터, SNS, CCTV는 1984의 세계와 다를 바 없다.’라는 경고나, ‘인간은 결국 권력의 앞에 무력한가.’하는 의문 같은 것은, 1984를 읽은 사람이라면 한 번씩 할 수 밖에 없는 고민이다. 그것을 훌륭하게 보여준 디스토피아의 명작, 1984를 읽는다면 저런 고민들이 머릿속에 박혀 좀처럼 나 자신의 사유를 놔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무섭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럼 그 중 가장 무서운 것을 대보자 어떤 것이 가장 무서운가? 욕망의 거세? 인간의 도구화? 아니면 자발적 감시인가?2 더하기 2는 4가 아닐 수도 있다. 라는 오브라이언의 주장, 더 나아가 빅브라더와 오스트리아의 주장이 여기 있다. 작 중 오.. 더보기
[아인의 서재]2. 어린 왕자-나의 소중한 작은 친구 모두가 그랬을 테고, 이 글을 쓰는 서두는 대개 비슷했을 것이다. 초등학생 시절, 아니면 그보다 더 어렸을 시절 나는 이 책을 읽었다. 하지만 잘 몰랐었다. 라는. 어쩌면, 지금 이 서두도 누군가 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것은 아무래도 괜찮은 일이다. 어린 왕자가 나에게 준 선물은 결국에는 그것이다. 참 알 수 없는 동화였다. 내용 자체는 분명 흥미로웠다. 아주 작은 별에서 장미에게 질려 다른 별을 여행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다 결국 죽음과 같은 모습으로 사라지는 이야기. 하지만 그 안에 있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이해하기 힘들었다. B612는 뭐고, 그래서 이렇게 짧게 죽어버리는 어린 왕자는 도대체 뭐가 좋다는 건지? 결국에는 코끼리를 잡아먹은 보아뱀과, 상자 속 어린양 정도만 이미지로 남을 수 밖에 .. 더보기
[아인의 서재]1.하카타 돈코츠 라멘즈 -이 앞으로는 주인장과 단골의 관계에서 편하게 이뤄지는 대화의 형식을 가져오고 있음을 공지합니다.내가 추리나 미스터리, 스릴러 쪽의 소설을 꽤 좋아한다고 말했었나? 심장이 두근거리는 수 싸움은 언제나 가장 재미있어, 그게 머리로 인한 것이든지, 본능에 의한 것이든지 말이야. 언제든지 그런 작품은 관심 가지고 보는 편이고. 오늘 자네한테 낼 작품은 '하카타 돈코츠 라멘즈'야. 요즈음 일본은 비단 라이트노벨 뿐 아니라 많은 대중소설이 일러스트를 차용하고 있는데, 이 소설도 그런 소설 중 하나였나 봐. 일러스트가 일단 눈을 뺏기에 적합하더라고. 이름도 그랬고. 하카타는 후쿠오카시의 이명이고, 돈코츠 라멘-그 일본식 라멘을 생각하면 바로 생각나는 흰 국물의 돼지 육수를 이용한 짭짤한 라멘-은 그냥 돈코츠 라멘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