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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토크

밥마샤, 마린스키극장 연해주무대 - 블라디보스토크의 마지막을 장식하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실질적인 마지막 날. 내일 저녁이면 나는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서 늦은 밤 비행기를 타고 집에 돌아갈 것이다. 7박 8일의 일정이었으니 기념품이나 옷을 챙기다 보면 오전도 금방 지나가겠지. 오늘이 블라디보스토크를 눈에 새길 수 있는 마지막 날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새삼, 익숙해진 블라디보스토크의 풍경이 다시금 애틋하게 보였다. 그리고 그 풍경들이 살살 내 마음을 건드려 결국 이 날은 조금 일찍 브런치를 먹으러 숙소를 나섰다. 어디서 먹을지는 따로 정하지 않았다. 집을 나서며 무엇을 먹을지 얘기하다가 "그래도 한국 가면 다시 못먹어볼만한 걸 먹어야 하지 않아?" 라는 친구의 제안에 자연스럽게 러시아 가정식을 하는 '밥마샤'라는 가게를 찾았다. 소파, 책, 액자 같은 가구와 소품들이 .. 더보기
숀켈버거, 중국시장 - 휴식과 낯선 위협, 다시 휴식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다섯 번째 날. 어느새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지낸 지가 닷새째다. 이번 여행에서 늘 그랬듯, 느지막한 아침을 맞이하고, 넷플릭스로 애니메이션을 보고 샤워를 하며 어제 사둔 빵을 먹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작은 도시다. 5일이면 밀도 있게 본다면 이미 유명한 것은 다 보고도 남을 도시다. 우리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벗어나 열차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옮길까 진지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생이 아닌 직장인, 그것도 군인으로 누리는 긴 휴가이다 보니, 조금 더 느긋하게 쉬고 싶었다. 후회는 없었다. 나는 이 도시를 좋아하게 되었고, 이곳에서 평범하고 조용하게 친구들과의 아침을 맞는다는 것이 무엇보다 좋았다. 내심 하루 종일 집에서 굴러다녀도 좋겠다 싶었지만, 여행자의 시간은 언제나 짧은 편이다. 이.. 더보기
브이싸따 -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세 남자의 미식기 '한 끼는 무조건 파인 다이닝이야.' 이왕 물가가 싼 브라디보스토크에 온 만큼, 양식의 진수를 먹어보자 다짐하며 공항에서부터 다짐한 세 사람이다. 그리고 드디어 그 만찬의 때가 왔다. 꽤 맛있게 먹으면서도 동시에 빠듯하게 아껴왔던 이유는 이 저녁을 위해서였다. 독수리전망대 근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브이싸따'라는 레스토랑을 찾아갔다. 얼마 안하는 택시비를 아끼기 위해 걸어 올라갔는데, 아무래도 학습능력이 없었던 것 같다. 독수리전망대를 올라갔을 때처럼 길을 찾기도 어렵고, 굽이지고 가파른 경사로를 올라가기도 쉽지 않았다. 브이싸따를 가실 분들, 독수리전망대를 오르실 분들은 꼭 그냥 택시를 타시길. 바보는 셋으로 충분하다. 블라디보스토크의 전경이 한 눈에 보이는 고급 맨션현관의 초인종.. 더보기
연해주국립미술관, 러시아예술가연합 전시관 - 잊었던 미술관을 찾다. 식사도 하고 티타임도 가졌으니 좀 움직일 시간이다. 선선하긴 하지만, 러시아의 태양도 쨍쨍하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기 때문에 선선하고 그늘진 곳을 산책하기로 했다. 미술관이다. 솔직히 블라디보스토크 같은 작은 도시에 제대로 된 미술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아니, 뭐 미술관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국립 미술관이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 블라디보스토크 역에서 멀지 않은 곳, 다른 건물과 똑같이 자리 잡고 있어 지나칠뻔한 연해주 국립미술관을 지나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솔직히 미술관에 들른 건 오랫만이었다. 이전부터 박물관과 미술관의 문지방이 닳도록 다녔지만 최근 5년은 들른 기억을 손에 꼽을 수 있다. 한국에서 최근에 본 전시회, 특별전시라고 가본 곳들이 전부 참여형이란 이름으.. 더보기
로쉬키-쁠로쉬키, 콘템포카페 - 느긋한 시작의 행복 아침 10시는 되서 눈을 뜬 것 같다. 2019년 9월 2일, 한국을 떠나온지 나흘 째의 블라디보스토크는 오늘도 맑았다. 술이라고 편의점에서 사온 맥주 몇 캔이 전부라 취한 것도 아니지만, 어제의 루스키 섬 경험은 많은 피로를 가져다 주었다. 동행한 친구들도 일어나긴 했지만 도저히 이불 밖으로 나올 엄두는 내지 못했다. 두들겨 맞은 것처럼 종아리가 저렸다. 이럴 때는 넷플릭스다. 10시부터 1시가 될 즈음까지 우리는 넷플릭스로 애니메이션을 봤다. 해가 중천에 뜰때까지 러시아의 동쪽 끝자락에서 우리는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 얼마나 여유로운지. 여행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다소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진귀한 여유였다. 어제도 그렇게 돌아다녔으면서, 애니메이션을 두세 편 보고 나니 좀이 쑤셨다. 정.. 더보기
국립 연해주 박물관, 벨기에펍 - 유럽 속 익숙한 과거와 만나다. 러시아가 버거의 종주국임을 다시 느낀 점심이 지나고, 오전과 다른 여행을 하기 위해 다시 블라디보스토크 거리로 나섰다. 국립 연해주 박물관과 미술관이 목적지다. 이 작은 도시에 국립 박물관과 국립 미술관이 둘 다 있다니. 여행을 가면 거리와 스케줄로 유명 미술관과 박물관을 못들리는 것이 가장 아쉬운 내게는 더할나위 없는 행운이었다. 눈이 부시게 좋은 날씨가 우리를 유혹했다. 유럽 거리를 이렇게 맑은 날씨에 거늴 수 있다는 것 또한 행운이다. 하지만 이 날 오후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오전, 러시아의 따가운 햇살은 루스키 섬에서 맛볼 만큼 맛봤다. 러시아의 맑은 하늘 아래 따가운 햇살보다는 러시아의 에어컨 공기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경로 상 가까운 국립연해주미술관부터 들렀지만 오늘은 뭔가 원하는 대로는 안.. 더보기
독수리전망대 - 하염없이 바라보다 배고프다. 배가 고플만도 하다. 블라디보스토크를 종횡으로 누비다보니 어느새 해가 저너머로 지고 있었다. 여행을 가게 되면 꼭 먹어보겠다는 리스트는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번 여행의 경우는 '샤슬릭'이었다. 러시아의 음식은 아니지만, 가장 흔하고 맛있게 만드는 요리인 만큼, 꼭 러시아에서 먹어보고 싶었다. 구글에서 가장 평가가 괜찮은 식당을 찾았다. 영어를 잘 못한다고 되어있었지만, 다 그러니까 여행 아닐까. 무엇보다 너무 지쳤다. 다른 곳을 찾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얼른 먹자. 샤슬릭을. 이왕 샤슬릭이라면, 양으로 만든 샤슬릭이 좋다. 누가 약속한 것도 아니지만 식당에 앉은 우리는 그렇게 정했다. 돼지나 소에 비하면 요리로 먹은 일이 없어서 그럴까. 특별한 한 끼를 하게 된다면, 양이 특별함을 배.. 더보기
요새박물관 - 최전방이었던 요새에서 포크롭스키 주교좌 성당에서 내려와 해변을 끼고 천천히 언덕을 내려가고 있자니 바닷바람이 따갑다. 햇빛이 바람에 비쳐서 따가운 건지, 철썩이며 솟는 바다의 소금기가 내 뺨에 붙는건지 모르겠지만, 그 따가움이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언제고 이런 따가움을 느끼며 산책을 하고 싶었다. 언덕을 조금 내려오면 언제봐도 평화로운 해양공원이 눈에 보인다. 해양공원을 조금 거닐다 보면 언덕 위로 이어지는 크지 않은 계단이 있다. 있는 것을 굳이 알려주지는 않겠다는 듯, 조용하게 그 자리에 있는 계단을 올라가면 요새박물관이 나온다. 꽤 유명한 관광지지만 많은 사람이 오가지는 않고 있었다. 마치 아직도 요새로서의 기능을 하는 듯 고요했다. 요새박물관의 입장료는 200루블이다 . (3300원 가량) 박물관이라고 해도 정돈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