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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여행

숀켈버거, 중국시장 - 휴식과 낯선 위협, 다시 휴식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다섯 번째 날. 어느새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지낸 지가 닷새째다. 이번 여행에서 늘 그랬듯, 느지막한 아침을 맞이하고, 넷플릭스로 애니메이션을 보고 샤워를 하며 어제 사둔 빵을 먹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작은 도시다. 5일이면 밀도 있게 본다면 이미 유명한 것은 다 보고도 남을 도시다. 우리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벗어나 열차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옮길까 진지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생이 아닌 직장인, 그것도 군인으로 누리는 긴 휴가이다 보니, 조금 더 느긋하게 쉬고 싶었다. 후회는 없었다. 나는 이 도시를 좋아하게 되었고, 이곳에서 평범하고 조용하게 친구들과의 아침을 맞는다는 것이 무엇보다 좋았다. 내심 하루 종일 집에서 굴러다녀도 좋겠다 싶었지만, 여행자의 시간은 언제나 짧은 편이다. 이.. 더보기
요새박물관 - 최전방이었던 요새에서 포크롭스키 주교좌 성당에서 내려와 해변을 끼고 천천히 언덕을 내려가고 있자니 바닷바람이 따갑다. 햇빛이 바람에 비쳐서 따가운 건지, 철썩이며 솟는 바다의 소금기가 내 뺨에 붙는건지 모르겠지만, 그 따가움이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언제고 이런 따가움을 느끼며 산책을 하고 싶었다. 언덕을 조금 내려오면 언제봐도 평화로운 해양공원이 눈에 보인다. 해양공원을 조금 거닐다 보면 언덕 위로 이어지는 크지 않은 계단이 있다. 있는 것을 굳이 알려주지는 않겠다는 듯, 조용하게 그 자리에 있는 계단을 올라가면 요새박물관이 나온다. 꽤 유명한 관광지지만 많은 사람이 오가지는 않고 있었다. 마치 아직도 요새로서의 기능을 하는 듯 고요했다. 요새박물관의 입장료는 200루블이다 . (3300원 가량) 박물관이라고 해도 정돈된 .. 더보기
포크롭스키 주교좌 성당 - 찬란함 아래 고즈넉함 여행은 걷는데서 비롯된다. 특히나 블라디보스토크 같이 작은 도시에서는 더욱 그렇다. 쉼없이 걷고 다시 올라야 한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여행에 중요한 것은 날씨다. 그리고 그 날씨가 무엇보다 좋은 점심이었다. 호사를 부리며 코스요리와 반주를 곁들였으니 바쁘게 올라가야 할 때다. 원래 계획이라면 혁명 광장에 있던 아오 프라오바젠스키 성당 안을 구석구석 구경할 생각이었지만, 공사가 있었으니, 블라디보스토크의 또다른 성당. '포크롭스키 주교좌 성당'으로 향했다. 1km 정도 오르막길을 계속해 올랐다. 일요임에도 불구하고 거리에 사람은 꽤 적었다. 공기는 더할 나위 맑았다. 출발할 즈음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굉장히 탁했다. 실내에는 먼지를 피해 온 사람들이 가득했다. 이렇게 맑은 공기 가운데 한적하게 산책을 한.. 더보기
피자알리오(Pizzaiolo), 좋은 식사가 좋은 출발. 한바탕 아무것도 없는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을 떠나 졸음 가득한 채로 낯선 땅에 발을 딛었다. 이제 겨우 9시가 될 듯 말 듯한 시간. 숙소 체크인은 12시부터다. 새벽 비행기 스케줄은 소소하게 불편하다. 블라디보스토크 여행 내내 편안한 숙소가 되어준 '골든 혼 베이 뷰' 1박 5~6만원 대의 저렴한 가격에 청결, 서비스 모두 좋고 적당한 높이에 있어 바라보는 경치도 좋다. 일단 짐을 숙소에 맡기고 다시 빈 손으로 내려왔다. 10시가 채 되지 않았다. 관광을 할까 했는데, 배가 요동친다. 생각해보니 새벽 2시 경 먹은 맛없는 샌드위치 이후로 먹은 것이 없다. 좋은 식사를 배불리 해야겠다. 좋은 여행은 좋은 식사로부터 나온다. 어떤 것을 먹을까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서구적으로, 하지만 처음부터 너무 낯설지 .. 더보기
블라디보스토크 가는 길 도착했다.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 러시아 말이라곤 아직은 즈드라스트부이체(안녕하세요)와 스파시바(감사합니다) 밖에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고 싶어서, 캠코더 하나 사고, 핸드폰 하나와 캐리어 하나 챙기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시간 조금 걸렸을까. 작은 비행기의 흔들림은 여행을 향한 두근거림과 같았다. 예상과 다르게 비싼 비행기 값을 피하다 보니 꼭두새벽. 2시가 겨우 됐을까 하는 시간이었다. 인천공항은 12시까지도 활기를 띄고 있었기에, 아무리 그래도 국제공항이니까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갈 때까지 시간을 보낼 공간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정말로 아무것도 없다.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은 겨우 2층으로 지었네, 싶을 정도로 작은 공항이었다. 모든 카운터는 사람 하나 없고, 열려 있는 것이라곤 편의점, 그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