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썸네일형 리스트형 [52권 명작마시기]9.설국 -덧없지만 아름답다 설국 (雪國)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민음사 163p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国境の長いトンネルを抜けると雪国であった。夜の底が白くなった。信号所に汽車が止まった。)일본 문학과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한 번쯤은 봤을 법한 구절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역작, '설국'의 이 첫 구절은 읽는 것 만으로 영화의 한 장면이 지나가는 듯한 착각을 준다. 비단 이 한 구절만이 아닌, 설국과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모든 작품의 특징이기도 하다. 손을 뻗으면 잡힐 듯, 숨을 들이쉬면 맡아질 듯 한 생생한 문체는 소설이 아닌 문장과 문장들을 읽는 것 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이렇게 노래하듯 흐르는 문장의 행진 사이로 그려지는 이야기는 필시 아름다우리라.. 더보기 '데미안', '좋아요' 정말로 내가 생각해보니 '좋아요' 데미안 (Demian) 헤르만 헤세(에밀 싱클레어) 지음 더 스토리 295p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하자' 어느 교육사의 광고용 노래다. 꽤 중독성 있는 멜로디여서 어릴 적 자주 흥얼거렸던 생각이 난다.그 당시는 당연히 학교를 갈 정도의 나이가 되었다면 자신이 스스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 생각했다. 어른이 되었다면 더욱 더 모든 것을 자신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모습일 것이리라 생각했다. 사람은 당연히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며,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니까. 그게 당연한 인간이 인간인으로서 가진 섭리라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살아갈 것이리라, 나 또한 그렇게 살아가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벽 너머 다른 이를 볼 나이가 되어보니, '스스로 하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안.. 더보기 [52권 명작마시기] 8.주홍글자 - 속죄의 방향성 1. 위대한 개츠비 2 노인과 바다3 폭풍의 언덕 4 제인 에어 5 인간의 굴레6 오만과 편견7. 좁은 문주홍글자 (The Scarlet Letter) 너세니얼 호손 지음 펭귄클래식 코리아 392p 죄송하다, 법의 심판을 받겠다, 자숙하겠다.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굳이 누구를 언급하지 않아도 일주일에 한 번은 뉴스를 통해 반복되는 이야기다. 마스크와 모자를 푹 눌러 쓴 이들은 그 이상의 말은 입에서 내지 않은 채 호송을 받으며 카메라 저 편으로 사라진다.그들은 '사과'와 '심판'을 얘기한다. 사건의 경과에 따라서도 마땅히 심판과 자숙이 뒤따른다. 심판. 자숙. 좋은말이다. 마땅히 과오가 있다면 치뤄야 하고 그것이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시킨다. 그러나 문득, 의문이 든다. 그들의 사과, 심판, 자숙은.. 더보기 일본도덕사상사-도덕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일본도덕사상사 이에나가 사부로 지음 예문서원 325p ‘일본도덕사상사’는 특이하다. 도덕을 말하지만 일반적인 도덕을 말하지 않는다. 저자는 될 수 있는 한 학자들에게 의해 연구되어온 도덕적 철학사상을 배제했다. 그 빈자리에 그 당시의 시대를 움직이는 이들의 이야기를 채워 넣는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올바른 행동’ 대신, 한 시대를 살아가던 주요 계층의 ‘현명한 처신, 영리한 처세법’을 부각한 것이다. 보통 ‘도덕’이라고 우리가 생각하는 이미지와는 반대로, 오히려 이름을 붙이자면 세부적인 ‘문화’에 가까운 것을 도덕이라고 부르고, 부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저자, 이에나가 사부로가 이 책으로 외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저자의 의도는 머리말에서부터 명확하다. ‘지금까지의 도덕사상사에서는 역사를 움직이.. 더보기 [52권 명작마시기] 7. 좁은 문 - 누구를 위한 좁은 문인가 1. 위대한 개츠비 2 노인과 바다3 폭풍의 언덕 4 제인 에어 5 인간의 굴레6 오만과 편견"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니라" 모든 일은 이 구절에서 시작되었다. 구원을 위한 신앙생활에서 편한 길을 찾지 말고, 고난이 있어도 참고 견디라는, 마태복음의 격언은 얄궂게도 한 남녀의 인생을 뒤틀어버렸다. 좁은 문 (Strait is the gate) 앙드레 지드 지음 펭귄클래식 코리아 224p 제롬은, 사촌인 알리사를 좋아했다. 아버지를 잃고 나서 외가와 지내게 되며 가까워진 알리사는 제롬에게 있어서는 다시 없을 운명적인 사랑이었다. 제롬의 호감을 알리사 또한 느끼고 있었다. 무엇이 문.. 더보기 [52권 명작마시기]6. 오만과 편견 - 불편한 당신도 불편하다 1. 위대한 개츠비 2 노인과 바다3 폭풍의 언덕 4 제인 에어 5 인간의 굴레 참 불편한 세상이다. 작년, 여러가지 사건들로 폭발하기 시작한 남녀의 혐오와 서로를 향한 저주는 1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마치 인간이라는 종이 더 이상 존재하면 안될 것처럼 서로를 물고 뜯으며 그것을 자신의 아름다움으로 삼는다. 이건 비단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나라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흐름이 되었다. 오로지 내가 옳고, 내가 속하는 집단만이 옳고, 반대하는 것만 아니라 좀 과하지 않느냐고 지적하는 이까지 마땅히 제거해야 되는 적이 되어 죄책감 없이 가슴에 칼을 꽂아 넣는 사회.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은 또 그런 하루다. 중산계급 딸 부잣집의 차녀 엘리자베스 베넷이 오만하고 무례한 상류계급 피츠윌리엄 다아시를 만나 .. 더보기 [쌉싸래한 단편소설]Chocolate-달콤쌉싸래하다 거의 모든 이에게 첫 사랑이 있다. 그 첫사랑이 언제냐고 물으면 초등학교 시절부터 더 심하면 유치원 시기까지 나올 것이다. 하지만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 열렬히 사랑했던 시절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앞과 같은 대답은 많이 줄어든다. 대부분의 첫사랑은 아무것도 모르고 비슷한 감정으로 느끼는 사랑이기 때문이다.후쿠미는 모델 친구인 미야코를 좋아한다. 언제나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피부 걱정이나, 먹을 것 이야기를 하며, 맛있는 초콜릿을 찾아다니는 일상을 공유하고 있으면, 자신이 그 아이보다 통통하다든가 하는 모자란 부분은 어째도 상관없었다. 아직은 별 생각이 없지만, 사귄다면 미야코 같이 당당하고 멋진 사람과 사귀고 싶다고 할 정도로 미야코를 좋아했다. 그녀 앞에, 미야코의 동료인 카이가 나타난다. 후쿠미는 카.. 더보기 [쌉싸래한 단편소설]새장의 문은 열려있습니다 - 잠기지 않은 쉼터를 찾아 자유로운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말은 해도, 아직까지 사람들은 수많은 편견에 매여서 움직이고 있다. 돈이 많다면, 직업이 의사라면, 여자라면, 그 정도 물건을 가지고 있다면, 같이 셀 수없이 많은 공공의 편견들이 한 개인이 하고 싶은 것을 강제로 자르고 묶어버린다. 모두에게 양보할 수 없는 선은 있다고 하지만 그 선이 개인적인 것이 아닌 사회가 공유하는 편견이 된다면, 그 선은 높은 철창이 되어 사람을 구속한다.그런 편견의 철창 속에서 순응하며 사는 것이 편안한 이들도 있겠지만,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이들도 많다. 당연하게도 이들은 그런 편견과 정반대로 사는 이들이다. 편견은 그들을 보고 특이하다거나, 이상하다고 말하고, 더 나아가 그런 이들을 편견의 울타리 안으로 억지로 집어넣으려고 끊임없이 시도한다. .. 더보기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