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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브이싸따 -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세 남자의 미식기 '한 끼는 무조건 파인 다이닝이야.' 이왕 물가가 싼 브라디보스토크에 온 만큼, 양식의 진수를 먹어보자 다짐하며 공항에서부터 다짐한 세 사람이다. 그리고 드디어 그 만찬의 때가 왔다. 꽤 맛있게 먹으면서도 동시에 빠듯하게 아껴왔던 이유는 이 저녁을 위해서였다. 독수리전망대 근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브이싸따'라는 레스토랑을 찾아갔다. 얼마 안하는 택시비를 아끼기 위해 걸어 올라갔는데, 아무래도 학습능력이 없었던 것 같다. 독수리전망대를 올라갔을 때처럼 길을 찾기도 어렵고, 굽이지고 가파른 경사로를 올라가기도 쉽지 않았다. 브이싸따를 가실 분들, 독수리전망대를 오르실 분들은 꼭 그냥 택시를 타시길. 바보는 셋으로 충분하다. 블라디보스토크의 전경이 한 눈에 보이는 고급 맨션현관의 초인종.. 더보기
연해주국립미술관, 러시아예술가연합 전시관 - 잊었던 미술관을 찾다. 식사도 하고 티타임도 가졌으니 좀 움직일 시간이다. 선선하긴 하지만, 러시아의 태양도 쨍쨍하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기 때문에 선선하고 그늘진 곳을 산책하기로 했다. 미술관이다. 솔직히 블라디보스토크 같은 작은 도시에 제대로 된 미술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아니, 뭐 미술관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국립 미술관이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 블라디보스토크 역에서 멀지 않은 곳, 다른 건물과 똑같이 자리 잡고 있어 지나칠뻔한 연해주 국립미술관을 지나치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솔직히 미술관에 들른 건 오랫만이었다. 이전부터 박물관과 미술관의 문지방이 닳도록 다녔지만 최근 5년은 들른 기억을 손에 꼽을 수 있다. 한국에서 최근에 본 전시회, 특별전시라고 가본 곳들이 전부 참여형이란 이름으.. 더보기
로쉬키-쁠로쉬키, 콘템포카페 - 느긋한 시작의 행복 아침 10시는 되서 눈을 뜬 것 같다. 2019년 9월 2일, 한국을 떠나온지 나흘 째의 블라디보스토크는 오늘도 맑았다. 술이라고 편의점에서 사온 맥주 몇 캔이 전부라 취한 것도 아니지만, 어제의 루스키 섬 경험은 많은 피로를 가져다 주었다. 동행한 친구들도 일어나긴 했지만 도저히 이불 밖으로 나올 엄두는 내지 못했다. 두들겨 맞은 것처럼 종아리가 저렸다. 이럴 때는 넷플릭스다. 10시부터 1시가 될 즈음까지 우리는 넷플릭스로 애니메이션을 봤다. 해가 중천에 뜰때까지 러시아의 동쪽 끝자락에서 우리는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 얼마나 여유로운지. 여행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다소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진귀한 여유였다. 어제도 그렇게 돌아다녔으면서, 애니메이션을 두세 편 보고 나니 좀이 쑤셨다. 정.. 더보기
국립 연해주 박물관, 벨기에펍 - 유럽 속 익숙한 과거와 만나다. 러시아가 버거의 종주국임을 다시 느낀 점심이 지나고, 오전과 다른 여행을 하기 위해 다시 블라디보스토크 거리로 나섰다. 국립 연해주 박물관과 미술관이 목적지다. 이 작은 도시에 국립 박물관과 국립 미술관이 둘 다 있다니. 여행을 가면 거리와 스케줄로 유명 미술관과 박물관을 못들리는 것이 가장 아쉬운 내게는 더할나위 없는 행운이었다. 눈이 부시게 좋은 날씨가 우리를 유혹했다. 유럽 거리를 이렇게 맑은 날씨에 거늴 수 있다는 것 또한 행운이다. 하지만 이 날 오후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오전, 러시아의 따가운 햇살은 루스키 섬에서 맛볼 만큼 맛봤다. 러시아의 맑은 하늘 아래 따가운 햇살보다는 러시아의 에어컨 공기가 필요한 순간이었다. 경로 상 가까운 국립연해주미술관부터 들렀지만 오늘은 뭔가 원하는 대로는 안.. 더보기
독수리전망대 - 하염없이 바라보다 배고프다. 배가 고플만도 하다. 블라디보스토크를 종횡으로 누비다보니 어느새 해가 저너머로 지고 있었다. 여행을 가게 되면 꼭 먹어보겠다는 리스트는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번 여행의 경우는 '샤슬릭'이었다. 러시아의 음식은 아니지만, 가장 흔하고 맛있게 만드는 요리인 만큼, 꼭 러시아에서 먹어보고 싶었다. 구글에서 가장 평가가 괜찮은 식당을 찾았다. 영어를 잘 못한다고 되어있었지만, 다 그러니까 여행 아닐까. 무엇보다 너무 지쳤다. 다른 곳을 찾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얼른 먹자. 샤슬릭을. 이왕 샤슬릭이라면, 양으로 만든 샤슬릭이 좋다. 누가 약속한 것도 아니지만 식당에 앉은 우리는 그렇게 정했다. 돼지나 소에 비하면 요리로 먹은 일이 없어서 그럴까. 특별한 한 끼를 하게 된다면, 양이 특별함을 배.. 더보기
포크롭스키 주교좌 성당 - 찬란함 아래 고즈넉함 여행은 걷는데서 비롯된다. 특히나 블라디보스토크 같이 작은 도시에서는 더욱 그렇다. 쉼없이 걷고 다시 올라야 한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여행에 중요한 것은 날씨다. 그리고 그 날씨가 무엇보다 좋은 점심이었다. 호사를 부리며 코스요리와 반주를 곁들였으니 바쁘게 올라가야 할 때다. 원래 계획이라면 혁명 광장에 있던 아오 프라오바젠스키 성당 안을 구석구석 구경할 생각이었지만, 공사가 있었으니, 블라디보스토크의 또다른 성당. '포크롭스키 주교좌 성당'으로 향했다. 1km 정도 오르막길을 계속해 올랐다. 일요임에도 불구하고 거리에 사람은 꽤 적었다. 공기는 더할 나위 맑았다. 출발할 즈음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굉장히 탁했다. 실내에는 먼지를 피해 온 사람들이 가득했다. 이렇게 맑은 공기 가운데 한적하게 산책을 한.. 더보기
올드패션드 - 러시아 미식에 눈뜨다 잠시의 휴식을 마치니 12시가 살짝 넘었다. 미리 봐 두었던 음식점. 올드 패션드에 들어갈 시간이다. 이름과는 다르게 세련된 야외 라운지를 가지고 있는 식당이었다. 햇살이 이보다 좋을 수 없는 날이어서 식당 내부도 궁금했지만 야외 라운지 석을 선택했다. 웨이터가 안내해준 자리는 가장 중앙, 전망 좋은 자리였다. 아침부터 어디 앉지도 않고 계속해서 걸어온 우리에게 가장 맘에 든 것은 역시 의자. 그대로 잘 수도 있을 만큼 푹신한 의자에서 일정 생각도 없이 유리 위로 비치는 우유 탄 듯한 하늘을 만끽했다. 메뉴판은 외국인에게 맞추어 영어와 한국어가 섞인 메뉴판을 가져다주었다. 뭔지 모르면 손짓 발짓을 하며라도 물어보면 되지만, 이런 배려가 있으면 더 좋을 수밖에 없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테이스팅 코스'.. 더보기
혁명광장 -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혁명적 아침 사람이란 자고 먹은 후, 다시 푹 잘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밤이었다. 잘 수 있는 한 가장 푹 잔 이튿날, 날씨는 이보다 좋을 수 없게 청명했다. 전 날 사온 아침을 적당히 먹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옷을 챙겨입고 거리로 나섰다. 블라디보스토크의 주말은 한적한 소도시의 느낌이 물씬 났다. 물론 아시아 끝자락임에도 유럽의 정체성을 잃지 않은 온갖 옛 서양식 건물들과 키릴문자의 향연은 우리가 아시아 맨 끝, 그러나 유럽 한 가운데 와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했다. 스베틀란스카야 거리를 향해 지체없이 내려갔다. 첫 목적지는 혁명광장이다. 그러면서도 건물들에서 밀려오는 진한 유럽의 감성은 충분히 마시고 즐겼다. 그리고 그 냄새의 근원, 바다가 보이는 혁명광장에는 가장 러시아다움의 집합이 기다리고 있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