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토크 썸네일형 리스트형 포크롭스키 주교좌 성당 - 찬란함 아래 고즈넉함 여행은 걷는데서 비롯된다. 특히나 블라디보스토크 같이 작은 도시에서는 더욱 그렇다. 쉼없이 걷고 다시 올라야 한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여행에 중요한 것은 날씨다. 그리고 그 날씨가 무엇보다 좋은 점심이었다. 호사를 부리며 코스요리와 반주를 곁들였으니 바쁘게 올라가야 할 때다. 원래 계획이라면 혁명 광장에 있던 아오 프라오바젠스키 성당 안을 구석구석 구경할 생각이었지만, 공사가 있었으니, 블라디보스토크의 또다른 성당. '포크롭스키 주교좌 성당'으로 향했다. 1km 정도 오르막길을 계속해 올랐다. 일요임에도 불구하고 거리에 사람은 꽤 적었다. 공기는 더할 나위 맑았다. 출발할 즈음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굉장히 탁했다. 실내에는 먼지를 피해 온 사람들이 가득했다. 이렇게 맑은 공기 가운데 한적하게 산책을 한.. 더보기 올드패션드 - 러시아 미식에 눈뜨다 잠시의 휴식을 마치니 12시가 살짝 넘었다. 미리 봐 두었던 음식점. 올드 패션드에 들어갈 시간이다. 이름과는 다르게 세련된 야외 라운지를 가지고 있는 식당이었다. 햇살이 이보다 좋을 수 없는 날이어서 식당 내부도 궁금했지만 야외 라운지 석을 선택했다. 웨이터가 안내해준 자리는 가장 중앙, 전망 좋은 자리였다. 아침부터 어디 앉지도 않고 계속해서 걸어온 우리에게 가장 맘에 든 것은 역시 의자. 그대로 잘 수도 있을 만큼 푹신한 의자에서 일정 생각도 없이 유리 위로 비치는 우유 탄 듯한 하늘을 만끽했다. 메뉴판은 외국인에게 맞추어 영어와 한국어가 섞인 메뉴판을 가져다주었다. 뭔지 모르면 손짓 발짓을 하며라도 물어보면 되지만, 이런 배려가 있으면 더 좋을 수밖에 없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테이스팅 코스'.. 더보기 블라디 브런치 로드 - 남쪽 해안가를 따라 혁명광장이 햇빛으로 따가워졌다. 자리를 피할 때가 되었다. 점심을 먹기는 이른 시간이지만, 브런치를 먹기 위해 산책하기엔 아주 좋은 시간이다. 먼저 들른 곳은 가장 규모 있는 혁명광장 기념품샵이지만, 기념품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우리는 거리를 걷는 중이니까 말이다. 혁명광장 기념품샵을 끼고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해안이 따라 보이는 산책로가 나온다. 물론 블라디보스토크 외곽으로 빠지는 주 도로중 하나지만 굳이 신경 쓰지 않는다. 하늘이 블루 큐라소보다 맑고 황홀한 색을 자랑하고, 산책하기 좋은 햇살이 몸을 휘감는다. 이런 날씨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만 봐도 즐겁다. 그 이상 눈길을 끄는 것이 없을 때 얘기다. 군 건물을 지나자 마자 큰 잠수함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단순히 전시품인가 싶었더니 내.. 더보기 혁명광장 -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혁명적 아침 사람이란 자고 먹은 후, 다시 푹 잘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밤이었다. 잘 수 있는 한 가장 푹 잔 이튿날, 날씨는 이보다 좋을 수 없게 청명했다. 전 날 사온 아침을 적당히 먹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옷을 챙겨입고 거리로 나섰다. 블라디보스토크의 주말은 한적한 소도시의 느낌이 물씬 났다. 물론 아시아 끝자락임에도 유럽의 정체성을 잃지 않은 온갖 옛 서양식 건물들과 키릴문자의 향연은 우리가 아시아 맨 끝, 그러나 유럽 한 가운데 와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했다. 스베틀란스카야 거리를 향해 지체없이 내려갔다. 첫 목적지는 혁명광장이다. 그러면서도 건물들에서 밀려오는 진한 유럽의 감성은 충분히 마시고 즐겼다. 그리고 그 냄새의 근원, 바다가 보이는 혁명광장에는 가장 러시아다움의 집합이 기다리고 있었다.. 더보기 체푸카 버거나야-러시아의 밤거리에서 맛집을 찾다 지친다. 새벽 1시에 도착해서 거의 밤을 새다시피 하고 겨우 전철에서 한시간 잤다. 그 후에는 짐을 놓고 해양공원의 정취에 녹아들어 힘든지도 모르고 미친듯이 돌아다녔다. 다시 중심가 아르바트 거리로 돌아오고 나니 막연히 종아리가 얼얼하고 머리가 먹먹했다. 쉬지 않고 몇시간 뛰어다닌 것처럼 마냥 졸립고 무거웠다. 12시까지는 한시간 남짓 남았다. 절실하게 맛있는 디저트가 필요했다. 머리를 행복하게 가동시킬 수 있을 만한. 이왕 첫 디저트이니 실패하고 싶지 않았기에 가이드북을 열심히 뒤적였다. '르꼼까'라는 이름의 베이커리가 눈에 띄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손꼽히는 오래된 제과점인 듯 했다. 뭐 사실 업력보다는 실력이지만 오래되었다면 왠지 그래도 신뢰가 간다. 마침 숙소로 올라가는 위치에 있어 잠시 들러서 .. 더보기 블라디보스토크 해양공원, 사람 사는 맛 난다. 몸은 물에 젖은 솜이불처럼 처지지만 아직 숙소 체크인은 멀다. 그래도 처음 온 블라디보스토크, 첫날부터 쳐져있기에는 시간이 아쉽다. 식사도 든든하게 했으니 피곤하지 않게 산책할 만한 곳을 찾았다. 날씨는 더할나위 없이 완벽했다. 하늘은 높고 구름은 회화의 한 조각처럼 걸려있었다. 가을이라기엔 살짝 따뜻한 공원 초입에서 레스토랑에서 나온 공연단은 점심 공연 준비에 한창이었다. 바람을 타고 맑은 바다냄새가 났다. 근해의 비린 냄새가 아닌 쾌청하고 맑은 바다향기였다. 바다를 마주한 공원 한켠에는 장터가 나란히 늘어서있었다. 철제 군용 술통, 파이프 담배, 수제 가죽제품 등이 가득했다. 이곳이 대륙의 동쪽 끝 도시라 해도 광대한 러시아라는 것을 확실히 하고 싶은 모습 같아 괜스레 기분이 들떴다. 익살스러운 마트.. 더보기 피자알리오(Pizzaiolo), 좋은 식사가 좋은 출발. 한바탕 아무것도 없는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을 떠나 졸음 가득한 채로 낯선 땅에 발을 딛었다. 이제 겨우 9시가 될 듯 말 듯한 시간. 숙소 체크인은 12시부터다. 새벽 비행기 스케줄은 소소하게 불편하다. 블라디보스토크 여행 내내 편안한 숙소가 되어준 '골든 혼 베이 뷰' 1박 5~6만원 대의 저렴한 가격에 청결, 서비스 모두 좋고 적당한 높이에 있어 바라보는 경치도 좋다. 일단 짐을 숙소에 맡기고 다시 빈 손으로 내려왔다. 10시가 채 되지 않았다. 관광을 할까 했는데, 배가 요동친다. 생각해보니 새벽 2시 경 먹은 맛없는 샌드위치 이후로 먹은 것이 없다. 좋은 식사를 배불리 해야겠다. 좋은 여행은 좋은 식사로부터 나온다. 어떤 것을 먹을까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서구적으로, 하지만 처음부터 너무 낯설지 .. 더보기 블라디보스토크 가는 길 도착했다.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 러시아 말이라곤 아직은 즈드라스트부이체(안녕하세요)와 스파시바(감사합니다) 밖에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고 싶어서, 캠코더 하나 사고, 핸드폰 하나와 캐리어 하나 챙기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시간 조금 걸렸을까. 작은 비행기의 흔들림은 여행을 향한 두근거림과 같았다. 예상과 다르게 비싼 비행기 값을 피하다 보니 꼭두새벽. 2시가 겨우 됐을까 하는 시간이었다. 인천공항은 12시까지도 활기를 띄고 있었기에, 아무리 그래도 국제공항이니까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갈 때까지 시간을 보낼 공간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정말로 아무것도 없다.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은 겨우 2층으로 지었네, 싶을 정도로 작은 공항이었다. 모든 카운터는 사람 하나 없고, 열려 있는 것이라곤 편의점, 그리.. 더보기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