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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쌉싸래한 단편소설]푸른 하늘의 다이브-보고 싶은 것이 다르기에 열등감. 이 감정만큼 사람을 무력하게 만드는 감정은 없다. 자신의 손아귀에는 아무 것도 없고, 내가 가지고 싶었던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가지고 있는 다른 이들을 보고 있으면, 아무리 무시하려 해도 계속해서 곁눈질 하게 되고 그들을 미워하게 된다. 그리고 그 길 잃은 증오는 결국 자신의 무능력함으로 돌아오게 된다. 무능력함을 탓하며 서있는 동안 다른 이들은 앞으로 더 나아가고 그 모습을 보고 나면 더더욱 움직일 수 없는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열등감은 사람을 그 자리에 묶어두고 만다. 이렇게 열등감의 악순환에 묶여 아무것도 못하는 이들을 위해 작가 타니무라 시호는 ‘미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녀는 모든 것과 자신을 비교하고 자신의 안 좋은 점을 찾는다. 자신의 장점이 될 수 있는 피부색이나 순수한 이미.. 더보기
[쌉싸래한 단편소설]미아나비-어린나비가 미아나비에게 아카시아 꽃이 만발인 봄의 한복판이다. 날씨가 따뜻해져서 오히려 알록달록 오색 꽃들이 폈던 때보다 요즘 나비가 많이 보인다. 나비는 꽃 내음을 따라 혼자 유유자적 날아다닌다. 한 꽃 무더기에 잔뜩 붙어서 꿀을 빨아먹는 벌들과는 다르게 나비는 자신의 꽃을 찾아 날아다닌다. 그 중 바람에 휩쓸려 길을 잃고 자신이 살던 곳에서 떨어져 나온 나비들이 있다. 미아나비라고 부른다. 도시 한 구석 조용하고 몽환적인 집이 있었다. 그 곳에는 여대생과 중년 남자 둘만이 거닐었다. 두 사람은 그림을 많이 좋아했다. 어떻게 보면 그들의 생활에 그림만 있는 듯 보였다. 일에도 관심 없고, 그럴싸한 야망에도, 돈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그저 느릿하게 그림을 그리고, 그림에 대해 얘기하고, 서로의 그림을 좋아하고, 서로의 삶.. 더보기
[쌉싸래한 단편소설]담배와 악마-악은 언제나 선과 함께 여기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악마가 한 나라에 몰래 변장하고 들어와 풀 수 없는 수수께끼를 냈다. 풀었을 때는 많은 보상을, 못 풀었을 때는 목숨을 달라는 극단적인 거래 또한 있었다. 인간은 이 위기를 생각도 못할 재치로 벗어나고 악마에게 많은 보상마저 받았다. 이 후 거래에서 패배한 악마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스핑크스 이래로, 아니 그보다 이전부터 있었을 수도 있지만, 악마 혹은 괴물이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불가능한 문제를 내고 이를 인간이 지혜롭게 풀어내는 이야기는 때로는 전설, 때로는 우화로 인류와 계속해서 함께 해왔다. 그만큼 새로울 것도 없고, 의미를 뽑아내려 해도 해낼 것이 없는 것이 이 종류의 이야기다. 이런 낡아서 먼지가 쌓인 이야기가 격변하는 근대 일본에 다시 나타났다. 근대 일본문.. 더보기
[쌉싸래한 단편소설]KISS-잘못붙인 이름의 첫사랑 당연하게도, 연애를 해봤다면 첫사랑의 기억 또한 있다. 그리고 첫사랑을 겪었다 말하는 많은 이들이 첫사랑은 평생 머리에서 잊혀지지 않을 만큼 애절한 기억이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또 다른 반대편에선 미숙한 한 때의 치기였다고 말한다. 그렇게 첨예하게 맞붙는 주장들은 아니지만 왜 그렇게 다른 반응이 나오는지 묻는다면 답할 말이 많지 않다. 그 이유를 시마무라 요코는 단 한 번의 입맞춤으로 제안한다.왕따를 당하던 한 여자아이가 있었다. 하루미라 하는 그 아이는 시골에서 이질적이었다. 표준어를 고수하고, 그 나이의 아이들에 비해서 색기가 있었다.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당연하게도 눈에 확 띄지만 무리와 따로 노는 아이는 가혹한 따돌림의 표적이었다. 그렇게 하루미는 장점일 수 있는 이유들로 또래 집단에서 왕따를 .. 더보기
[쌉싸래한 단편소설]그녀의 실수 -자신을 잃어버린 그녀들의 얼굴에- 사람은 언제나 누군가와 자신을 비교한다. 친구는 어디에 취직했다느니 하는 그런 말이 귓속에 맴돌 정도로 타인에 의해서도, 자기 자신이 스스로도 언제나 누군가와 비교하며 비교 대상보다 나아지기 위해 노력한다. 이 사실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인류가 먼 인류부터 발전해 왔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그녀의 실수’에 등장하는 두 여자들도 서로가 서로를 비교하며 살아왔다. 한 여자는 촌티 나는 동기를 친구라는 명목으로 늘 옆에 두고 비교하며 자신이 그보다 우월하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다른 한 여자는 그런 친구의 세련됨과 그 세련됨에 이끌린 주변 이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이 사람을 따라가다 보면 더 나은 사람이 될 거라는 생각하며 세련된 그녀와 계속 관계를 이어갔다. 여기까지는 나쁠 것이 없다. 모두가 그런 삶을 .. 더보기
[쌉싸래한 단편소설]자차이의 추억-시대의 부산물에게 보내는 위로 어느 나라에나 흥망성쇠는 있고, 세계화가 되면 될수록 세계는 같은 역사를 걸어왔다. 호황과 불황이 번갈아 일어나고 호황 속에서는 무시해도 될 만큼 잘 산다는 이유로 온갖 추잡하고 무책임한 일들이 쌓이고, 불황이 되면 그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면서 감당하기 힘든 파도를 만들어낸다. 무척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 당연한 것이 시대를 몸으로 받아내는 한 개인에게 당연할 수는 없다. 아무리 ‘그 때는 다들 그랬다.’ 고 말해봐도 당연할 수 없다. 우리에게 ‘냉정과 열정 사이’로 유명한 에쿠니 가오리의 단편 ‘자차이의 추억’은 ‘그 때는 누구나 그랬다’는 말로 잊혀지는 시대의 부산물과 같은 이들에게 바치는 위로다. 어느 나라가 빛나는 한 때가 없었겠냐마는 일본의 80년대는 그 중에서도 손 꼽는 시기였다. 지.. 더보기
이름도 모르는 당신을 위한 추모와 위로-너의 이름은.(君の名は。) 이런 건 오랜만이었어. 어디를 가도 나쁜 사건으로든 좋은 사건으로든 한 애니메이션 영화가 세계를 흔들다니 말이야. 일본 내에서는 지브리의 모든 작품보다 흥행했고, 우리 나라에서도 겨울왕국 이래로 어디 가서 서로 안부를 물을 때 봤냐고 묻는 애니메이션은 오랜만이었지. '너의 이름은 봤어?' 이런 대화가 한창 주변의 인사나 다름없었어. 무엇이 이렇게 세상을 움직였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영화가 아닌 사회현상의 가까운 그 작품을 1달 전 쯤 봤었어. 그리고 한달이 지나 아직도 상영은 하지만 극장에서 다 내릴 즈음. 평단의 평가가 다 올라오고 온갖 페이지에서 작품의 분석을 마칠 즈음, 자네와 이렇게 상에 앉아서 이 작품을 입에 올린 이유는 '조심스러워서'일거야. 이 글이 의도치 않게 상처를 줄지도 모르니까. .. 더보기
닥터 스트레인지, 신비한 동물사전-진부한 새로움 늘 느끼는 거지만, 놀라운 영화는 얼마나 진부한 것을 얼마나 새롭게 보이게 하느냐야. 새로운 것이 아니라. '닥터 스트레인지'는 진부한 것의 집합체야. 새로운 것을 찾는 것보단 진부한 것을 찾는게 더 쉽지. 속물 천재 의사, 사고로 인한 불구, 초월적인 스승, 생각보다 빠른 배움, 중국풍의 수련, 빼앗긴 비기, 유체이탈, 시공간의 제어, 루프물, 애완동물 같은 아티팩트.....당장 이전의 아무 판타지 작품을 잡고 들어도 이 중 하나는 있다 싶을 정도로 고전적이고 물 빠진 것들만 바리바리 싸와서 펼쳐보여주고 있지. '신비한 동물사전'은 어떨까? 신비한 마법 동물들은 전부 새롭지. 그렇지만 나머지는 전부 이미 예상이 되는 범주 안에서 일어나고 있지. 뚱뚱하고 유쾌한 조연, 의욕은 앞서는데 어딘가 결핍된 히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