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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쌉싸래한 단편소설]새장의 문은 열려있습니다 - 잠기지 않은 쉼터를 찾아 자유로운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말은 해도, 아직까지 사람들은 수많은 편견에 매여서 움직이고 있다. 돈이 많다면, 직업이 의사라면, 여자라면, 그 정도 물건을 가지고 있다면, 같이 셀 수없이 많은 공공의 편견들이 한 개인이 하고 싶은 것을 강제로 자르고 묶어버린다. 모두에게 양보할 수 없는 선은 있다고 하지만 그 선이 개인적인 것이 아닌 사회가 공유하는 편견이 된다면, 그 선은 높은 철창이 되어 사람을 구속한다.그런 편견의 철창 속에서 순응하며 사는 것이 편안한 이들도 있겠지만,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이들도 많다. 당연하게도 이들은 그런 편견과 정반대로 사는 이들이다. 편견은 그들을 보고 특이하다거나, 이상하다고 말하고, 더 나아가 그런 이들을 편견의 울타리 안으로 억지로 집어넣으려고 끊임없이 시도한다. .. 더보기
[쌉싸래한 단편소설]사랑하는, 두 사람- 사랑의 표현 많은 이들이 오늘도 사랑을 접는다. 보통 이유는 상대방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일 것이다. 그 확신은 여러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표현이 없어서’는 꽤 흔한 이유이다. 그 만큼, 상대방에게 사랑을 얼마나 표현하는 가는 사랑에 있어서 빼놓고 얘기하기 힘든 점이다. 그럼 한 번 ‘사랑의 표현’에 대해서 얘기해보자. 사랑의 표현이라 하면 달콤하게 속삭이는 구애의 말들이 떠오를 것이다. 실제로 가장 직접적이고 한 순간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기 쉬운 방법일 것이다. 애초에 ‘사랑한다’는 고백이 없이 사랑이라는 것이 시작될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사랑하는, 두 사람(恋する、ふたり)’에서는 이런 대사가 상호간에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제목부터 사랑이 목표지점인 .. 더보기
[쌉싸래한 단편소설]푸른 하늘의 다이브-보고 싶은 것이 다르기에 열등감. 이 감정만큼 사람을 무력하게 만드는 감정은 없다. 자신의 손아귀에는 아무 것도 없고, 내가 가지고 싶었던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가지고 있는 다른 이들을 보고 있으면, 아무리 무시하려 해도 계속해서 곁눈질 하게 되고 그들을 미워하게 된다. 그리고 그 길 잃은 증오는 결국 자신의 무능력함으로 돌아오게 된다. 무능력함을 탓하며 서있는 동안 다른 이들은 앞으로 더 나아가고 그 모습을 보고 나면 더더욱 움직일 수 없는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열등감은 사람을 그 자리에 묶어두고 만다. 이렇게 열등감의 악순환에 묶여 아무것도 못하는 이들을 위해 작가 타니무라 시호는 ‘미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녀는 모든 것과 자신을 비교하고 자신의 안 좋은 점을 찾는다. 자신의 장점이 될 수 있는 피부색이나 순수한 이미.. 더보기
[쌉싸래한 단편소설]미아나비-어린나비가 미아나비에게 아카시아 꽃이 만발인 봄의 한복판이다. 날씨가 따뜻해져서 오히려 알록달록 오색 꽃들이 폈던 때보다 요즘 나비가 많이 보인다. 나비는 꽃 내음을 따라 혼자 유유자적 날아다닌다. 한 꽃 무더기에 잔뜩 붙어서 꿀을 빨아먹는 벌들과는 다르게 나비는 자신의 꽃을 찾아 날아다닌다. 그 중 바람에 휩쓸려 길을 잃고 자신이 살던 곳에서 떨어져 나온 나비들이 있다. 미아나비라고 부른다. 도시 한 구석 조용하고 몽환적인 집이 있었다. 그 곳에는 여대생과 중년 남자 둘만이 거닐었다. 두 사람은 그림을 많이 좋아했다. 어떻게 보면 그들의 생활에 그림만 있는 듯 보였다. 일에도 관심 없고, 그럴싸한 야망에도, 돈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그저 느릿하게 그림을 그리고, 그림에 대해 얘기하고, 서로의 그림을 좋아하고, 서로의 삶.. 더보기
[쌉싸래한 단편소설]담배와 악마-악은 언제나 선과 함께 여기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악마가 한 나라에 몰래 변장하고 들어와 풀 수 없는 수수께끼를 냈다. 풀었을 때는 많은 보상을, 못 풀었을 때는 목숨을 달라는 극단적인 거래 또한 있었다. 인간은 이 위기를 생각도 못할 재치로 벗어나고 악마에게 많은 보상마저 받았다. 이 후 거래에서 패배한 악마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스핑크스 이래로, 아니 그보다 이전부터 있었을 수도 있지만, 악마 혹은 괴물이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불가능한 문제를 내고 이를 인간이 지혜롭게 풀어내는 이야기는 때로는 전설, 때로는 우화로 인류와 계속해서 함께 해왔다. 그만큼 새로울 것도 없고, 의미를 뽑아내려 해도 해낼 것이 없는 것이 이 종류의 이야기다. 이런 낡아서 먼지가 쌓인 이야기가 격변하는 근대 일본에 다시 나타났다. 근대 일본문.. 더보기
[쌉싸래한 단편소설]KISS-잘못붙인 이름의 첫사랑 당연하게도, 연애를 해봤다면 첫사랑의 기억 또한 있다. 그리고 첫사랑을 겪었다 말하는 많은 이들이 첫사랑은 평생 머리에서 잊혀지지 않을 만큼 애절한 기억이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또 다른 반대편에선 미숙한 한 때의 치기였다고 말한다. 그렇게 첨예하게 맞붙는 주장들은 아니지만 왜 그렇게 다른 반응이 나오는지 묻는다면 답할 말이 많지 않다. 그 이유를 시마무라 요코는 단 한 번의 입맞춤으로 제안한다.왕따를 당하던 한 여자아이가 있었다. 하루미라 하는 그 아이는 시골에서 이질적이었다. 표준어를 고수하고, 그 나이의 아이들에 비해서 색기가 있었다.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당연하게도 눈에 확 띄지만 무리와 따로 노는 아이는 가혹한 따돌림의 표적이었다. 그렇게 하루미는 장점일 수 있는 이유들로 또래 집단에서 왕따를 .. 더보기
[쌉싸래한 단편소설]그녀의 실수 -자신을 잃어버린 그녀들의 얼굴에- 사람은 언제나 누군가와 자신을 비교한다. 친구는 어디에 취직했다느니 하는 그런 말이 귓속에 맴돌 정도로 타인에 의해서도, 자기 자신이 스스로도 언제나 누군가와 비교하며 비교 대상보다 나아지기 위해 노력한다. 이 사실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인류가 먼 인류부터 발전해 왔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그녀의 실수’에 등장하는 두 여자들도 서로가 서로를 비교하며 살아왔다. 한 여자는 촌티 나는 동기를 친구라는 명목으로 늘 옆에 두고 비교하며 자신이 그보다 우월하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다른 한 여자는 그런 친구의 세련됨과 그 세련됨에 이끌린 주변 이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이 사람을 따라가다 보면 더 나은 사람이 될 거라는 생각하며 세련된 그녀와 계속 관계를 이어갔다. 여기까지는 나쁠 것이 없다. 모두가 그런 삶을 .. 더보기
[쌉싸래한 단편소설]10일간의 죽음 문득, 자신이 낙오자라는 생각이 든다. 가족 가운데서, 친구 가운데서, 시끄러운 군중 가운데서. 자기 자신을 안아줄 사람이 어느 곳에도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이는 자신이 외롭지 않은, 사회가 자신을 받아주는 삶을 동경한다. 기댈 수 있는 다른 이를 찾기 위해 정처 없이 떠돌며 사랑을 갈구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사랑하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면 그 사랑을 위해서라면 다른 이들이 어떻게 보든지 상관없다. 이전보다 세상이 자신에게서 멀어진 것 같지만 상관없다. 자신이 찾은 삶을 너무나도 사랑하기 때문이다. ‘10일간의 죽음’은 이런 삶이 죽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오랜 프랑스 생활에 일본 사회에 섞이지 못하고, 일과 자기과시에 빠진 무관심한 부모 가운데서 처절한 낙오감과 상실감을 느끼던 16살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