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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쌉싸래한 단편소설]새장의 문은 열려있습니다 - 잠기지 않은 쉼터를 찾아

자유로운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말은 해도, 아직까지 사람들은 수많은 편견에 매여서 움직이고 있다. 돈이 많다면, 직업이 의사라면, 여자라면, 그 정도 물건을 가지고 있다면, 같이 셀 수없이 많은 공공의 편견들이 한 개인이 하고 싶은 것을 강제로 자르고 묶어버린다. 모두에게 양보할 수 없는 선은 있다고 하지만 그 선이 개인적인 것이 아닌 사회가 공유하는 편견이 된다면, 그 선은 높은 철창이 되어 사람을 구속한다.

그런 편견의 철창 속에서 순응하며 사는 것이 편안한 이들도 있겠지만,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이들도 많다. 당연하게도 이들은 그런 편견과 정반대로 사는 이들이다. 편견은 그들을 보고 특이하다거나, 이상하다고 말하고, 더 나아가 그런 이들을 편견의 울타리 안으로 억지로 집어넣으려고 끊임없이 시도한다. 그들에게는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새장은 열려있습니다에이코야마자키는 편견이 가득한 사회에 쉴 공간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에이코는 자신의 간호사로서의 미래를 여자이기 때문에포기하라 하고, ‘여자 간호사이기 때문에마땅히 남자친구의 조부모를 모셔야 하고, 자신은 남자이기 때문에여자의 기분보단 자신의 체면이 더 중요한 남자친구와 미래를 보낼 수 없었다. 겨우 여자라서, 간호사라서 라는 이유로 무조건 모든 인생을 양보할 수 없었다.

그러던 그녀는 대학 후배인 야마자키를 만난다. 의대에 다니는 남자면 당연히 의사일 거라 생각하던 여자친구에게 차이고, 차인 것으로도 억울한데 남자 주제에 간호사를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에이코와 마찬가지로 그는 편견이라는 철창 안에 갇혀 있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간호사로서 사람을 돕는 일이 좋았을 뿐, 그 것을 무시하는 여자와 함께하는 건 아무리 마음이 아파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야마자키가 여자에게 차이고 난 그 날, 야마자키는 에이코의 집에서 문이 열린 새장을 껴안고 잤다. 야마자키는 도저히 갇힌 새장에서 그들이 원하는 대로, 시키는 대로 똑같이 따라 하며 살 수 없었다. 반대로 자신을 버리고 멀어지는 여자친구를 새장 안에 가둘 수도 없었다. 자신이 갇히는 걸 원하지 않기에, 그저 문을 열어 두고 슬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야마자키는 열린 새장을 가지고 에이코의 집을 나섰다.

야마자키가 가져간 새장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다른 많은 이들처럼 남자라는, 간호사라는 이름을 건 새장에 가두는 게 아니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남자 간호사라는 편견없이 그저 후배로 받아주고, 집에 들여준 이름없는 새장 같았던 선배와의 추억을 기억하기 위해 집에 간직하고 있을까. 실제로 껴안고 있던 새장이 어떻게 되었든, 에이코가 보여준 행동은 야마자키라는 사람의 마음이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힘들어하는 에이코가 머물러 갈 수 있는 이름도 얼마간 머물 수 있는 이름도 없고 잠기지도 않은 작고 편안한 새장같이 변해 돌아왔다.


이제 그들 앞에는 서로의 작은 새장이 있다. 그들이 과연 서로의 마음 속에서 오랫동안 쉴지는 잘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서로가 서로를 처절하게 잡지도 않지만 거부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자신만을 위한 것으로 구속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믿는다. 세상의 편견은 견고하고 또다시 다칠 것이라는 것을. 얼마나 오래, 얼마나 자주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들의 마음속 새장은 앞으로도 편견을 맞서며 날다 지친 서로가 돌아올 것을 믿으며 열려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사랑의 지저귐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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