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억울하니까 떠나자!
▲왜 난 아직 여기 있지?
대학교 2학년이 끝나갈 즈음에 든 생각이었다.
지금껏 언제나 게으르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채찍질 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충실한 생활이었다.
아르바이트도 계속해서 하고, 공부도 한 눈 팔지 않았으며, 장학금도 꼬박꼬박 받았다.
군 문제도 어찌되었든 순조롭게 처리되었다. 너무나 평범하게 잘 흘러가는 학생시절.
스펙에 대해서 생각할까, 다음해는 또 어떻게 보내지. 하고 생각하던 나날 가운데 한 가지 물음이 들었다.
'왜 난 아직 여기 있지?'
억울했다. 인스타그램이고 페이스북이고 어디든 매번 여행 가는 이야기 천지였는데, 나는 왜 여기있는가.
이게 정말 충실한 삶인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매웠다. 이게 정말 충실한 삶이면, 그렇게 22년 보냈으면 좀 억울하다.
▲충실해서 억울하다. 너무 판에 박힌 삶이어서 억울하다.
이만큼 억울하게 살았으면 좀 떠나도 되잖아?
그래서, 나는 그냥 여행을 가기로 했다. 예산도 제대로 된 스케줄도 없이, 동행도 없이 그저 억울해서 떠나기로 했다.
한 번도 학기 첫 주에 수업을 빼 본적이 없었지만, 3학년이 되는 3월 첫 주를 그냥 비웠다.
이왕 충실하지 않을거면 제대로 벗어나보자는 마음으로.
② 일본, 어찌됐던 일본.
여행 시기는 잡았다. 그렇다면 과연 어디를 가는게 좋을까?
유럽, 미국, 중국, 태국..... 그러나 왠지 그 많고 좋은 여행지가 있어도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여행지가 하나 있었다.
▲수 많은 여행지, 하지만 결국 마음에 정해진 곳은 한 곳.
일본. 내 인생의 나침반에 좋은식으로든 나쁜식으로든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나라다.
일본의 많은 컨텐츠를 접하고 내가 어떤 식으로 작품을 만들어 사람에게 나갈지를 고민하게 된 것이 벌써 10년.
그러나 나는 아직 그들을 모른다. 일본이란 것을 그들이 만들어낸 컨텐츠로만 느꼈지, 도저히 그들이 실제론 어떤지 모르는 것이다.
실제로 존재하는 그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뭐 그런 욕망과 별개로 혼자서 가는 여행으로는 한국 다음으로 치안이 좋은 일본만한 국가도 없기도 했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정확히 어디로 갈까?
그들의 현재를 보고 싶은 건 어느 곳이던 대도시를 가면 될 일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살아온 과거는 어디를 봐야 할까?
교토. 일본이라는 나라가 나라로 존재하고 나서부터 오랫동안 정치의 핵이었던 그 곳이야말로 일본의 과거를 느끼기 좋을 것이다.
마침 오사카와는 30분도 안 걸리는 거리. 현대의 일본과 과거의 일본이 교차하는 매우 이상적인 곳이었다.
그럼 어찌됐던 일본, 오사카. 그리고 교토. 그렇게 충실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여행은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오사카, 그리고 교토. 일본의 오늘과 어제를 다 보고 싶다는 욕심으로 정한 첫 여행지였다.
③호텔 예약도 교통편도 모르는 도시촌놈
일자도, 가고자 하는 날짜도 잡았다. 그래도 이 여행이 마구잡이긴 해도 실행일로부터는 꽤 떨어져 있어서 항공편은 굉장히 싸게 입수했다.
메이저 항공도 타고 싶었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지갑이 가장 문제였고, 한 두시간의 안락함은 미뤄두기로 했다.
확실히 일본으로 가는 저가항공들이 독보적으로 싼 가격을 자랑하는 것은 헛소문이 아니었고, 왕복 20만원이 안되는 가격에 항공권을 예매할 수 있었다.
그럼 일자도, 목적지도 도시도 정해졌다. 그런데도 아직 어디서 뭘 해야하는지 모르는게 산더미였다.
▲호텔은 어디로 예약해야하지? 일본 교통편이 비싸다던데 뭘 어떻게 해야하지?
충실하게 살았다라고 포장을 했지만 완전 촌놈이 따로 없었다. 해외라곤 한발짝도 나가 본 적이 없으니 당연한 거지만, 우습기 짝이 없었다.
여러 사이트를 들락거렸지만 영 오사카에도, 교토에도 합리적인 가격의 숙소는 보이지 않았다. 항공권에서 아낀 돈을 여기서 써야하나. 막막할 뿐이었다.
'이럴 때는 경험자가 최고다'
2학년일 때 이미 일본 오사카에 다녀온 든든한 원군인 여자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밖에 없었다.
애당초 촌놈에 어울리게 컴퓨터를 활용해서 정보를 얻는 능력도 딸리는 나와는 다르게 확실히 도시여자인 여자친구는 내 원하는 조건을 듣더니 한 시간이 지나지 않고 괜찮은 조건의 숙소를 찾아왔다.
▲그녀가 아고다라는 사이트로 찾은 숙소는 오사카 시내도, 교토도 아니었다. '쥬소'라는 생소한 지명에 있는 곳이었다.
쥬소는 교토를 더 관심에 가지던 나를 고려해 그녀가 찾은 곳으로, 오사카 북부에 위치해있어 오사카를 헤멜 이유 없이 바로 한큐전철을 타고 교토로 직행하면 되는 위치였고, 한 정거장 아래는 오사카의 중심지인 '우메다'였다.
그녀의 위치 선정은 틀리지 않았고, 사람이 적은 주택가라 숙소의 가격은 저렴하고 조용했다, 교통비도 얼마 들지 않았다.
관광인을 맞는 일본인이 아닌 보통 일본인들의 일상을 바로 곁에서 보는 면에서도 아주 효과적이었다.
경험으로도 확실하게 느낀바이니,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교토에 더 관심이 큰 독자가 있다면 쥬소를 적극 추천한다.
교통의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별 것이 없었다. 오사카는 우리나라로 치면 부산에 해당하는 만큼, 서울/도쿄만큼 복잡하지 않은 지하철 노선을 가지고 있었고, 도쿄에 비해서 저렴한 패스 상품이 많았다. 특히 주유패스는 합리적이었다.
교토의 경우는 버스패스만으로도 충분한 편이었고. 가격도 모두 합리적이었다. 예약이 필요 없음은 덤이었다.
▲오사카와 교토는 패스로 다니기 매우 효율적인 여행지였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화에 하자.
그렇게 여자친구의 전적인 도움을 빌어 숙소와 교통편을 알아본 나는 부푼 기대에 차 가이드북을 사뒀지만 당일이 될 때까지 거의 펼쳐보지도 않은채 당일을 맞았다. 결국 아무런 대책이 없이 시작한 여행은 출발까지도 많은 준비를 하지 않은 채 출발하게 되었다.
어떤 그렇다할 계획도, 목적도 없던 한 도시촌놈의 여행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많은 준비를 안한 아무 경험도 없던 앞으로의 촌놈의 여행기가 읽는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촉진제가 됐으면 좋겠다. 어쨌든 억울하지 않은가. 한 번 떠나보자. 무리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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