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진짜 '오타쿠'문화를 만나다
난바를 돌만큼 돌았다. 벌써?라고 생각할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사실 난바나 우메다나 쇼핑을 중심으로 하는 관광에는 천혜의 입지를 갖추고 있지만, 보고 느낄것이 풍부한 도시는 아니다. 쇼핑을 좋아하냐고 하면 좋아하느 편이긴하지만, 혼자서 쇼핑을 하자니 처량하기도 하고 주머니 사정이 풍족하지도 않다. 그러니 도톤보리 크루즈까지 탄 시점에서 서 난바에서의 관광일정은 거의 끝났다고 봐야했다.
그러나 이런 주머니 가난한 내게도 꼭 들러야하는 상점가는 존재한다. '덴덴타운'. 아키하바라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제품상가이다. 물론 전자제품을 사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애니메이션, 음악, 만화, 게임. 일본이 자랑하는 여러 서브컬쳐를 확실히 즐기고 있는 오타쿠라 자부하는 나이기에, 진짜 일본문화를 맛보기 위해 온 것이라면, 그들의 진짜 오타쿠문화도 맛보는 것이 도리 아닐까. 주머니는 바람이 불면 날아갈만큼 가볍지만 내 문화를 향한 궁금증은 나를 미지의 전자상가로 이끌었다.
▲닛폰바시역에 위치한 '덴덴타운' 이쪽에서 보기엔 보통의 상점가로 보인다.
닛폰바시역까지 전철로 한 정거장. 하지만 햇살이 따뜻해 완연한 봄거리라 짧은 거리를 열차를 이용하긴 싫었다. 천천히 사람구경을 하며 걷다보니 어느새인가 덴덴타운이라고 쓰여진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정말로 보통의 거리, 보통의 상점가처럼 보였다. 여기가 서브컬처의 성지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전형적인 오타쿠스러운 사람들도 없었고.
의심을 품으며 표지판이 쓰여진 거리로 들어가자 거리의 색깔은 완벽히 바뀌었다. 벽에는 보란 듯이 신작 애니메이션과 게임의 포스터가 붙어있었고 보통의 상점처럼 생긴 상점들의 안은 사람 하나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서브컬쳐 관련 상품을 쌓아두고 있었다. 어디를 들어가야 할까. 난생 처음보는 서브컬처의 홍수에 나는 발을 섣불리 들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오타쿠라고 말은 하지만 이렇게 서브컬처만 잔뜩 진열된 분위기는 도대체 느낄 수 없는 것이었끼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서브컬처가 진열된 매장이라고 해봤자, 각 문고의 만화책, 라이트노벨 매대나 몇 평 되지 않는 피규어 전시장 뿐이었으니까 말이다. 언제나 오타쿠적인 분위기를 내는 것은 온라인이었지 오프라인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거리는 누가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은 상점가에 빌딩 하나, 거리 전체가 서브컬처만을 위한 매장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신기하고 신기할 따름이었다.
▲진열장 한 매대, 한 거리, 한 건물이 전부 서브컬처 관련 상품. 참 다른 풍경이었다.
태어나서 처음보는, 아마 어느 나라를 가도 다시 보기 힘들 이질적인 거리의 풍경을 구경하며 작은 스토어들도 들어가 모니터로만 보던 상품들을 실물로 보면서 감탄하고 있다보니 어느새 다시 큰 거리로 나왔다. 이 곳은 아예 더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7~8층은 되는 건물이 건담으로 꾸며져 있었고 거리에 흘러나오는 음악들은 어디선가 들어본 일본 아이돌 음악이었다. 정말, 다른 풍경이었다.
보통 어느 나라던 처음 가서 번화한 거리를 걷다보면 '여기는 한국의 어디 같다.' 라는 말이 나온다. 도시화가 어느정도 진행된 곳에서라면 어디선가 비슷한 냄새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면 당연할 것이다. 일본이나 중국 같은 아시아권이라면 더더욱 그렇고 말이다. 그러나 덴덴타운의 중심가를 걸으며 형형색색의 피규어와 수많은 게임, 쉽게 구할 수 없는 음반들을 보고 있자니 이런 풍경은 어디서도 볼 수 없겠다 싶었다. 오로지 일본이니까 존재하는 풍경. 이런 이질적인 풍경을 즐기는 것이 정말 여행이고, 견문이 넓어지는 것이 아닐까.
▲어디서나 볼 수 없는 풍경. 이런 풍경을 찾아다니는게 여행 아닐까.
뭐 그런 의미를 떠나서 어떤 것이던 사고 싶어지는 내 흥미를 충족시켜주는 곳이라는 것이 맘에 들었다. 아니메이트, 만다라케, 북오프...... 어떤 상점에 들어가도 새로운 서브컬처 상품이 나를 반겼고 그것들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은 술술 흘러갔다.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사지 못했다는 것은 지금까지 아쉬운 점이다. 그저 무료로 배포하는 클리어파일 몇 장 집어온 정도. 주머니 가벼운 여행자라는 것이 꽤나 아쉬운 순간이었다.
② 조금 다르게 가보자
덴덴타운에서의 아이쇼핑을 마치고 시간을 보니 세 시 언저리가 되어있었다. 다음 예정으로 생각하고 있던 것은 키타로 돌아가서 우메다 스카이빌딩에 올라가 저녁놀과 야경을 보는 거였는데,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떴다. 그렇다고 난바에서 계속 돌아다니기에는 좀이 쑤셨다. 어쩌는게 좋을까 싶어 주유패스가 어느 관광지를 무료로 들여보내주는지 뒤적거리다 보니 '나니와노유'라는 곳이 눈에 띄었다. 천연온천이라고 하는데, 거기에 무료라니, 따뜻하긴 해도 바람은 차갑고 몸도 뻐근하니 온천 문화 한 번 즐겨보자 하고 마음을 먹었다.
'나니와노유'가 있는 곳은 텐진바시스시로쿠쵸메역 근처였다. 마침 히가시우메다까지 한 정거장이니 딱 괜찮은 경로였다. 덴덴타운을 빠져나와 나를 목표까지 안내할 타니마치선을 찾아 타니마치큐초메로 걷다보니 저 멀리 책에서 본 듯한 타워가 하나 보였다.
굳이 텐노지를 들를일이 있을까 싶어 아예 텐노지 주변은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저 멀리 텐노지의 상징인 츠텐카쿠가 높게 서 있었다. 그 아래로는 텐노지의 번화가 오사카 신세카이(新世界)라 써있는 네온사인 간판이 서있었다. 가이드북에는 '에펠탑을 모방한 조잡한 철탑'이라고 소개되어 있었는데, 낮에 봐서 그럴까? 그렇게 조잡한 느낌도 들지 않았고 묵직한 느낌으로 우뚝 서있었다. 주유패스로 무료 입장도 가능한데 들어가볼까 하다가 온천을 들르면 그렇게 넉넉한 시간은 아닐 것 같아 발을 돌렸다. 오사카 최고의 전망대에 올라갈 계획도 있었고. 그래도 텐노지 지역에 대한 흥미를 채우지 못한다는 점에 아쉬움을 가지고 발걸음을 옮겼다. 언젠가 다시 만나길. 츠텐카쿠.
타니마치큐초메에서 타니마치선을 타고 7정거장. 얼마 지나지 않아 텐진바시스지로쿠쵸메에 내릴 수 있었다. 뭔가 근사하고 널찍하게 '미나미(남부)', '키타(북부)'라고 말은 해놨지만, 우리의 강북과 강남 같은 느낌은 아니구나 싶은 오밀조밀함이었다. 벌써 키타라니. 뭐 그래도 그 오밀조밀함에서만 느낄 수 있는 느릿한 시간의 흐름을 즐기고 있으니 실망은 없었다.
정작 내리고 나니 슬슬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날이 쌀쌀해지고 있었으니까. 본래대로라면 느긋하게 걸어서 목적지에 갈 생각이었지만 그러기엔 뭔가 시간이 촉박했다. 주유패스로 버스도 이용가능하다고 했으니 구글지도를 열어 가장 빠른 버스를 찾았다. 첫 버스. 오사카에서 탈 생각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괜찮은 경험이었다.
버스가 도착했고 뒷문이 열렸다. 아, 일본 버스는 뒤로 타서 앞으로 내리는 거랬나. 머뭇머뭇 올라탔다. 잠시 두리번거리다 깨달았다. 아, 내릴 때만 찍는거지 여긴.
▲처음 타는 일본의 버스. 좌석 손잡이에 벨이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2
탁월한 선택이었다. 10분이 지나지 않아 버스는 목적지 근처에 나를 내려줬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내려서 아무리 뒤져봐도 우리가 생각하는 노천탕이 딸린 천연온천이 있을만한 풍경이 아니었다. 작은 거리, 작은 마을. 높이가 낮은 빌딩만 있는 주거지. 고즈넉한 온천이 있는 표지판은 아무 곳에도 없었다. 분명 내가 생각한 풍경은 이게 아니었는데.
구글지도가 안내한 곳은 어느 빠칭코빌딩이었다. 그 바로 옆으로는 장례식장이 있어 아주 아이러니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빌딩 안 안내도를 보니 가장 꼭대기층에 '나니와노유'가 있었다. 내가 예상했던 풍경과는 아주 달라 당황할 수 밖에. 노천탕이 있다고 하면 아무래도 숲처럼 꾸며진 단독건물에 있으리라 생각하지, 우리나라의 많은 찜질방이 으레 그렇듯 건물 옥상층에 있을것이라 생각은 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잘못 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3
그러나 여기까지 왔는데 어쩌겠는가, 실망스럽더라도 무료이니 몸은 씻어야지 싶어 엘리베이터를 탔다. 빠칭코장의 자욱한 담배연기와 장례식장의 향내가 몸에서 올라왔다. 어떻게 이런 곳에 노천탕이 있나 하는 의문이 가득했다.
안은 역시 여느 욕탕이 그렇듯 먹을 거리가 조금 있고, 탈의실이 있고, 욕탕과 사우나실이 있었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몸을 씻으니 비행과 낯선 잠자리에 대한 긴장이 녹듯이 사라지는 듯 싶었다. 현지인들과 아무 것도 입지 않은 상태로 마주해서 그런지 나 또한 현지인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 비슷한 풍경, 익숙한 사람들.
그러나 그 안에도 다른 풍경이 있었다. 계속해서 찾던 노천탕이 마치 베란다처럼 자연스레 바깥문을 열고 나가니 펼쳐졌던 것이다. 아이러니 중 아이러니였다. 도심 속 빌딩 꼭대기에서 찬 바람을 맞으며 즐기는 노천욕이라니. 이만큼 생각지 못한 풍경이 어디있겠는가. 항아리처럼 생긴 1인 노천탕에서 명상도 해보고, 다른 사람들과 마주 앉아 그들의 얘기에 귀기울이기도 하고. 내가 오사카 한 가운데가 아닌 어딘가 다른 곳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나니와노유의 노천탕. 생각지도 못한 다른풍경을 만날 수 있다. 피로해소는 덤. 4 5
빌딩 아래에서 느꼈던 불만은 어느새 사소해지고 깨끗한 공기를 머금고 깨끗한 몸으로 다시 옷을 입자, 꽤 길게 걸어 피곤했던 몸이 다시 가벼워졌다. 다음에 일본에 오면 또 노천탕을 한 번 찾아보자 다짐하면서 뉘엿뉘엿 해가 져가는 노을속 우메다로 다시 발걸음을 향했다.
③ 노을, 야경, 전망대.
히가시우메다에서 내려보니 목적지로 삼았던 우메다 스카이빌딩은 보이지도 않았다. 구글지도로 보니 살짝 거리가 있긴 한데, 못 갈 거리는 아닌 듯 보였다. 아직 노을이 임박한 것도 아니고, 발걸음도 가볍겠다 한 번 걸어가보자 하고 지도가 시키는대로 걷기 시작했다. 아무도 안 걷는 도로로 걷는 것이 현지인스럽다 생각하면서.
그렇게 걷기를 30분쯤 했을까, 큰 착각을 했다는 것을 느꼈다. 이 곳은 우메다. 오사카 교통의 중심지. 온갖 고가도로와 전철이 꼬여있는 곳이었다. 이런 곳에서 지도로 길 하나만 건너면 된다고 보여도 건너기 쉽지 않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처없이 고가도로 인도를 걷다보니 점점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아뿔싸, 이러다 노을을 우메다 스카이빌딩 전망대에선 보지도 못하겠다. 현지인이 된 듯한 느낌은 집어치우고 버스를 찾아 뛰기 시작했다.
버스에서 내려서도 굴다리 하나를 지나 들뛰다 보니 숨이 막히게 파란 하늘을 옷으로 차려 입은 우메다 스카이빌딩이 눈 앞에 등장했다. 노을은 이제 막 아름다움을 뽐내려하고 있었다. 가장 좋은 타이밍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스카이 빌딩 안 엘리베이터를 눌렀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전망이 보는 이로 하여금 설레게 만들었다.
엘리베이터로 올라갈 수 있는 끝에 도착하자, 말도 안되는 에스컬레이터가 등장했다. 150미터상공에 붕 떠있는 에스컬레이터. 어떤 건물 안에 있는 것이 아닌 에스컬레이터만 떠있는 형태였다. 고소공포증이 심하다면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만한 아찔함을 느꼈다. 바깥을 보니 오사카를 넘어 탁트인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공중에서 바다를 보다니, 이 또한 별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전망대로 가는 에스컬레이터. 올라와서 찍으니 더 아찔하다.
드디어 전망대. 차가운 바람이 볼을 스쳤다. 봄날씨라고는 해도, 밤이 가까워오는 고층빌딩 위에는 바람이 볼을 때리듯 차가웠다. 전망대에는 그런 날씨더라도 감수하고 올라온 각국의 사람들이 이미 좋은 자리를 잡고 카메라를 조정하고 있었다. 나도 질새라 가장 좋은 자리를 잡고 카메라를 만졌다. 하지만, 그 이전에 카메라를 내려놓고 감상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숨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도시의 모습이었다. 어딘가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이란 이런 것이구나.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환상적인 도시의 모습을 직접 목도하자 말문이 막힐 뿐이었다.
▲쭉 뻗은 강, 점점 드리우는 밤. 고층빌딩과 지평선. 설명 못할 아름다움이었다.
그사이 노을은 점점 저 멀리로 붉은 빛을 흩뿌리고, 밤은 더 짙게 하늘에 물감을 풀었다. 어느새 아름다운 노을 진 광경은 짙은 밤에 잠긴 야경이 되었다. 요도가와(사진 속 큰 강)을 사이로 왼편으로는 오사카의 번화함이, 오른쪽으로는 대비되는 아마가사키시의 정겨운 마을의 모습이 감상을 짙게 했다. 타국의 하늘은 한국에서 본 하늘과 비슷했지만, 또 달랐다. 무언가 좀 달랐다. 전망대는 낭비라 생각했던 내 지론은 금새 철회되었다. 단순한 궁금증으로 올라간 전망대는 전망대에서만 볼 수 있는 멋진 풍경을 내게 선물했다. 싸늘한 바람은 더욱 더 냉기를 불렀지만, 그럼에도 아름다웠다.
다시 지상으로 돌아오니, 밤이 어느새 땅까지 집어삼킨 듯 깜깜해졌다. 오사카의 등불은 그것을 거부하는 듯 밝게 빛났다. 슬슬 배도 고프고, 먹을 곳을 찾아봐야했다. 어제 저녁은 가장 일본스러운 것을 먹었다. 그렇다면 오늘은 가장 오사카스러운 걸 먹자. 오사카라고 하면 생각나는 건 역시 타코야키와 오코노미야키이다. 타코야키는 저녁으로는 영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다면 역시 오코노미야키. 이왕이면 오사카의 야경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다른 풍경에 취한 나는 그렇게 즉흥적으로 갈 곳을 정했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관람차. 헵파이브 대관람차. 7
그러나 오사카는 여전히 복잡했다. 분명 지도에서 시킨대로 가는데도, 오코노미야키집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 예상 밖의 일에서도 새로운 광경은 계속 보이는 법이었다. 보기만 해도 로맨틱해지는 헵파이브 대관람차를 보며 탈까 고민도 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미 주유패스는 쓸만큼 써서 미련도 없었고, 발은 다시금 뛰어다니느라 피곤해졌다. 거기다 저 로맨틱한 것을 혼자서 타자니 아무래도 외로웠다. 나중에 꼭 여자친구와 같이 와서 타야지. 입맛만 다시며 셔터를 눌렀다.
육교를 지나고 있자니 지하아이돌인지, 인디밴드인지 모를 사람들이 도로 한 켠에서 라이브를 하기도, 토크를 하기도 했다. 육교 위에서 보기에도 춤과 노래솜씨가 보통은 아니었다. 분명 나보다 어리거나 내 또래겠지. 그들의 청춘을 보자니 왠지 부러웠다. 그러나 곧 내가 청춘의 가장 대표적인 활동인 해외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는 이내 부질없는 질투였다 생각했다. 그저 이것도 또 새로 보는 좀 다른 광경이라 마음이 팔렸던 것 같다. 한국에서 버스킹이라 해도 저 정도로 활성화 되있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들의 앨범을 찾아보고 싶어졌다. 8
배고픔은 점점 심해졌다. 목표지는 우메다역 한큐 32번가빌딩에 있는 츠루하시후게츠(鶴橋風月). 일단 한큐 32번가만 찾는다면 쉬운 일이겠으나, 우메다역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도 못찾는 실정이었다. 우메다역이라고 해도, 한큐선,JR선 등 온갖 선이 겹치고 각자가 다른 역사를 가지고 지하만 공유하고 있었으니, 첫 날에 지하에서 헤맸다고 해서 지상에서 익숙해질리가 없었다. 들어가니 JR선, 들어가니 역사만 공유하는 백화점.....한큐선과 연결된 상점가가 있는 빌딩, 한큐 32번가를 찾는 데는 또 한 세월이 걸렸다.
▲완전히 어둠이 내려앉은 오사카의 야경. 츠루하시후게츠 창문으로 보이는 야경이다.
어찌저찌 츠루하시후게츠에 도착한 시간은 8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이다. 한국에서도 다소 늦은 저녁식사 시간. 한 명의 외로운 관광객이 찾은 오코노미야키집은 보통 일본하면 느껴지는 1인이 가도 괜찮은 식당이 아닌, 모임에 어울리는 식당이었다. 당황했지만 어쩌겠는가, 다른 곳을 찾을 힘도 없었다. 이미 술자리가 벌어지고 있는 식당의 창문자리로 잡고 앉았다. 고층빌딩 위에서 야경을 보며 식사를 한다니 그것도 좋은 광경이었지만, 다들 3,4인인데 혼자서 4인석을 잡고 혼자서 먹게 되다니, 하루 온 종일 새롭고 별난 광경을 보다보니 나 또한 그런 별난 광경의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알 게 뭔가. 음식이 맛있으면 됐지. 여행은 원래 이런 별난거니까.
역시나라고 할까, 13000원에 가까운 오코노미야키는 넉넉히 두 사람이 먹고도 남을 분량이었다. 무척 배고팠으니 상관없었지만, 역시 혼자서 4인석에 앉아 2인분이 넘는 오코노미야키를 먹는다니. 우스운 광경이었다. 이런 생각을 좀 지우기 위해 생맥주도 혼자 시키고 오코노미야키를 잘라서 먹었다.
세상에, 야키소바나 타코야키는 많이 먹어봤지만, 우리나라에서 오코노미야키를 먹을 일이 있겠는가. 처음 먹어보는 전 비슷하게 생긴 이 음식은 전과는 또 다른 풍미를 냈다. 안에는 오징어, 새우, 돼지고기, 소고기등 단백질이라면 잔뜩 들어간 언뜻보면 무식한 구성이었지만 그 재료들이 다 오롯이 풍미를 간직하고 있었다. 소스는 적당히 짜서 풍미를 배가해줬고, 위에 올라간 계란과 가쓰오부시는 더할 것 없이 훌륭했다. 배가 고프기도 했지만 정말로 훌륭한 맛이었기에 배가 터질듯 부른 것도 모르고 다 먹어치우게 되었다.
이렇게 일본에서의 사실상의 둘째날이 지났다. 만족스러운 식사(사실 좀 과한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가는 길, 늘 가던 집이 아닌 숙소로 가는 일본의 밤거리는 색달랐다. 오늘 내가 맘껏 느낀 조금 다른 풍경은 눈을 감을 때까지 색깔을 바꿔가며 가슴을 두드렸다. 내일은 또 얼마나 색다른 광경을 볼까. 지쳐 쓰러져 잠드는 중에도 호기심과 기대감에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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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장료 성인 700엔. 주유패스 이용시 무료 [본문으로]
- 거리 상관 없이 210엔. 버스 안에서는 전화통화는 비매너이니 삼가한다 [본문으로]
- 일본의 국민도박, 구슬을 넣어서 게임을 하고 받은 경품을 환전하는 식으로 법망을 빠져나간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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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매체에 출연하지 않고 라이브를 주로 하는 아이돌, 인디아이돌이라고도 부른다. [본문으로]
- 소, 1231엔, 대 1306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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