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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쌉싸래한 단편소설]Chocolate-달콤쌉싸래하다

거의 모든 이에게 첫 사랑이 있다. 그 첫사랑이 언제냐고 물으면 초등학교 시절부터 더 심하면 유치원 시기까지 나올 것이다. 하지만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 열렬히 사랑했던 시절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앞과 같은 대답은 많이 줄어든다. 대부분의 첫사랑은 아무것도 모르고 비슷한 감정으로 느끼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후쿠미는 모델 친구인 미야코를 좋아한다. 언제나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피부 걱정이나, 먹을 것 이야기를 하며, 맛있는 초콜릿을 찾아다니는 일상을 공유하고 있으면, 자신이 그 아이보다 통통하다든가 하는 모자란 부분은 어째도 상관없었다. 아직은 별 생각이 없지만, 사귄다면 미야코 같이 당당하고 멋진 사람과 사귀고 싶다고 할 정도로 미야코를 좋아했다.

그녀 앞에, 미야코의 동료인 카이가 나타난다. 후쿠미는 카이를 보고 미야코와 거리감을 가지게 된다. 미야코 같은 사람보다. 카이와 함께하는게 더 좋았다. 카이를 더 알고 싶었다. 미야코가 자신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것은 도망갈 정도로 거부감이 들었다. 그것이 사랑의 표현이던, 우정의 표현이던 말이다. 후쿠미는 분명히 미야코를 좋아했다. 그러나 지금 후쿠미는 카이를 사랑한다.

후쿠미와 미야코의 관계는 분명 애정이 존재한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대다수의 사람이 기억하는 첫사랑과 같은 느낌인 것이다. 분명히 풋풋하게 좋아했지만, 열렬한 사랑의 대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후쿠미에게 미야코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많은 점을 가지고 있는 동경의 대상이면서,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친구였다. 사랑하자면 좋은 대상임은 분명하지만, 너무 쉬운 대상이었다. 둘 다 여자라는 것을 빼면 그들 사이의 호감도 존재했고, 거절할 것 같지도 않다. 같은 것을 좋아하고, 공유할 수 있다. 분명 서로 좋아하지만 너무 달콤하기만 하다.

그에 반해서 카이는, 사회적 통념으로는 미야코보다 쉽겠지만, 남자답지 않게 호리호리하고, 자기주장도 적다. 자신의 하고 싶은 일보다 어머니가 시킨 일에 순종적인 착한 마마보이다. 미야코와는 정반대의 모습이고, 그렇게 동경하던 모습도 아니다. 연락할 수단도 마땅치 않고, 카이가 자신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알고 있는 거라고 초콜릿을 좋아한 다는 것 밖에 없는 두 사람이 사랑을 시작할 가능성은 적다. 그런데, 그래서일까, 후쿠미는 그 막막한 쌉싸래한 맛에 빠졌다.


달콤쌉싸래하다. 마치 다크초콜릿처럼. 이 맛이 무엇이 맛있냐고 말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맛보고, 쓴 맛 가운데서 수줍게 피어나는 달콤함을 찾고 그 아름다움에 매료된다. 그저 달기만 한 화이트 초콜릿과는 다른 느낌이다. 질리지 않고, 언제든 피곤할 때 생각이 난다. 후쿠미가 지금껏 생각하던 미야코와의 달콤함 일색인, 너무나도 쉬운 애정관계와는 굉장히 다른, 불확실하고 어려운, 달콤쌉싸래한 애정이다. 그 묘한 맛에 후쿠미는 완전히 빠져들었다. 그 결과가 미야코와의 단절을 의미한다 하더라도 후쿠미는 뒤돌아보지 않고 카이에 빠져들었다. 그 결과 또한 그녀에겐 카이를 향한 쌉싸래한 사랑의 일부로 인식될 것이다.

첫사랑은 아름답다. 온통 분홍빛으로 칠해진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는다. 하지만, 점점 어른이 되가면서 맛보는 실패할지도 모르는, 많은 것을 대가로 바쳐야 할지도 모르는 달콤쌉싸래한 초콜릿같은 사랑에 눈뜨게 되면, 아프고, 눈물 날 정도로 써도, 첫사랑과 같은 달콤함을 다시 찾지 않게 된다. 어릴 적 문방구에서 먹던 값싼 초콜릿은 추억에만 남고, 유명 초콜릿 전문점에서 진한 초콜릿을 찾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제대로 눈뜨게 된 달콤쌉싸래한 사랑은 우리를 중독시킨다. 오늘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면서 카이와 만났던 그 초콜릿 가게로 뛰어가게 만드는 후쿠미처럼. 우리는 오늘도 후회하면서도 그 맛을 즐기며 사랑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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