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악마가 한 나라에 몰래 변장하고 들어와 풀 수 없는 수수께끼를 냈다. 풀었을 때는 많은 보상을, 못 풀었을 때는 목숨을 달라는 극단적인 거래 또한 있었다. 인간은 이 위기를 생각도 못할 재치로 벗어나고 악마에게 많은 보상마저 받았다. 이 후 거래에서 패배한 악마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스핑크스 이래로, 아니 그보다 이전부터 있었을 수도 있지만, 악마 혹은 괴물이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불가능한 문제를 내고 이를 인간이 지혜롭게 풀어내는 이야기는 때로는 전설, 때로는 우화로 인류와 계속해서 함께 해왔다. 그만큼 새로울 것도 없고, 의미를 뽑아내려 해도 해낼 것이 없는 것이 이 종류의 이야기다.
이런 낡아서 먼지가 쌓인 이야기가 격변하는 근대 일본에 다시 나타났다. 근대 일본문학의 천재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손에 의해서 말이다. 그의 행적을 기려 만든 ‘아쿠타가와 상’이 일본 문단을 대표하는 상 중 하나로 올라 있는 것만 봐도 그가 일본 문단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을 줬는지는 가늠할 수 있다. 이런 그가, 이렇게 흔한 이야기를 썼다. 도대체 아쿠타가와는 어떤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인가.
아쿠타가와 당시의 일본은 광증에 빠져 있었다. 일본 전체가 서구 열강을 따라 제국주의 사조에 빠진 것은 물론이었고 관동 대지진과 이에 따른 조선인 대학살은 단순한 이데올로기, 사상을 넘어선 집단 광증이었다. ‘다이쇼 데모크라시’ 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가 싹을 보이고 있었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광기는 일본을 멈출 수 없는 곳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서양의 산업혁명과 그 문물, 이데올로기까지 순식간에 가장 좋은 것만 받아들인 일본이었건만, 그렇게 좋은 것만 받아들인 일본은 미치고 말았다.
아쿠타가와는 이런 아이러니 함을 예전부터 전래되던 ‘악마의 수수께끼’의 형식으로 풀어냈다. 이런 아이러니한 일, 악마가 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펜을 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내 좋은 일과 나쁜 일이 같이 흘러오는 것이 마냥 악마의 소행이라고 치부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악마가 사라지고 소장수에게 남겨진 담배는 한 인간인 소장수의 손에서 일본 전역으로 퍼졌다. 악마가 노린 일이었지만, 결국 일을 완성시킨 것은 인간이었다.
결국 사람의 문제다. 좋은 것을 좋은 것으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라도 같이 들어온 나쁜 것에 더 눈을 돌려 퍼트리고 좋은 것 위에 덧씌워버리는 것은. 아쿠타가와는 미쳐가는 일본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도 그들처럼 변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담배를 하루에 9갑씩 피웠다고 한다. 빛나는 발전을 만들어준 악마가 동시에 일본에 전해준 악을 그는 두려워하면서.
그 당시라 가능한 생각이고, 과장된 피해망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을 덮은 마음 한편에는, 왠지 모를 두려움이 계속해서 떠오른다. 아쿠타가와가 생각했던 ‘좋은 것과 함께 나쁜 것을 가져오고 퍼트리는 것이 인간’이라는 것을 염세적이지만 단순히 허무맹랑하다고 웃으며 넘기기엔 너무 많은 사례를 봐왔다. 분명히 지금의 한국은 나쁜 것이 물러나고 좋은 것이 도래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순간, 아쿠타가와는 과연 이번에는 사람들이 나쁜 것을 발견해 좋은 것을 덮지 않을까라며 담배연기 같은 물음을 던지고 있다. 이 작품을 읽은 눈에는 아쿠타가와가 물음을 던지던 악마와 겹쳐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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