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스타는 탄생하지. 능력이 뛰어나고 거기에 적절한 환경까지 갖춰지는, 그야말로 스타를 하기 위해 태어난 이들 말이야. 자네가 생각하는 싸이나, GD같은 사람들이 그런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리고 무대는 1980년대 아일랜드, 이 곳에 '코너'라는 이름을 가진 스타가 존재하고 있어.
코너라는 소년은 단순히 사랑을 하기 위해 밴드를 꾸렸고 그 과정 가운데서 스타가 되어갔다는 직관적인 이야기를 1980년대 아일랜드라는 시대상을 효과적인 도구로 이용해 꾸며낸 이야기야.
주인공인 '코너'는 여러모로 모두가 그를 스타로 만들기 위해 발버둥쳤다고 봐도 좋을 만큼 상황이 완벽하게 맞물려 돌아가. 실업자가 넘쳐나는 80년대 아일랜드, 가정은 부서지기 일보직전, 코너가 도망칠 곳은 음악 뿐이고 그 가운데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학교 '싱스트리트'는 코너와 같은 도망치고 싶어하는 억눌린 소년들이 넘쳐났지. 이 가운데 모델 지망생인 라피나를 만나고, 그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그와 맞는 재능 있는 억눌린 소년들과 함께 밴드 '싱스트리트'를 만들게 되지. 뮤직비디오라는 것이 매체에 등장하고 이것이 하나의 큰 센세이션이었던 시대에, 라피나를 뮤직비디오의 모델로 쓰겠다는 허울좋은 명분으로 말이야.
뭐, 주인공이니까 적당한 가사를 만들고, 기타를 치고, 목소리가 매력적인 그 모든 위에 차근차근 아일랜드라는 상황, 학교라는 상황, 준비된 친구들이라는 상황, 매력적인 여자라는 상황, 뮤직비디오의 도래라는 상황이 엮여도 이상할 건 없겠지. 청춘뮤지컬드라마 아닌가?
그런데 이 모든 상황 가운데, 특히나 감독이 신경 써서 비추는 사람이 코너 이외에도 두 명 있어. 한 명은 히로인인 '라피나'지. 코너를 끌어 준 사람. 라피나가 없었으면 글쎄, 언젠가는 코너가 음악을 했겠지만 밴드를 만들고, 뮤직비디오를 찍고 잉글랜드를 향해 배를 젓게 된 것은 라피나라는 인물이 코너의 음악을 사랑해주고 모델이 되겠다는 막연한 꿈과 그렇게 된 듯한 자세만 가지고 살아가던 자신과 달리 도전할 만한 상황에서 어설프더라도 일단 발을 내딛는 코너를 보고 매력을 느낀 덕이었지. 한마디로 그녀는 코너의 목표가 됐지.
이와는 별개로, 다른 곳이라면 절대 주요 인물이 될 수 없는 이가 한 명. 코너의 뒤에 서 있어. 코너의 형인 브랜던이야. 첫 등장 때만 해도 이 사람은 그냥 코너의 집안을 보여주는 주변인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겠구나 싶었지. 마약은 상습적으로 하고, 어머니와 아버지의 말에는 언제나 냉소적으로 비꼬는 모습은 주인공인 코너가 걸어갈 길과는 너무나도 달라 보였으니까.
하지만 감독은 보란 듯이 브랜던에게 코너와 라피나만큼 많은 애정을 쏟아 카메라로 찍었어. 라피나가 코너를 끌어 주는 목표와도 같은 사람이라면, 브랜던은 코너의 뒤에서 관객에게만 보이게 코너를 밀어주고 있는 인물이야. 작품이 흘러가면 흘러갈수록 단순히 모든 상황에 불만인 마약쟁이에 불과했던 브랜던은 막내동생의 사랑과 음악을 가장 본질적으로 믿어주고 도움을 준 사람이야. 코너와 '싱스트리트' 멤버 이외에 그의 노래를 모두 듣고, 완벽하게 이해한 사람은 라피나와 브랜던 뿐이었고, 그 중에서도 라피나가 감성적으로 받아들이고 반응해줬다면, 브랜던은 칭찬과 함께 나아가야 할 방식을 확실하게 알려줬어. 겨우 커버음악이나 해보려는 코너에게 자신의 음악이 아니고서는 아무 것도 아니라며 작곡으로 밀어 넣은 것도, 뮤직비디오에 대한 평가도, 잉글랜드로 향하는 배를 풀어주고 마지막까지 바래다 준 것도 코너의 단 하나뿐인 형 브랜던이었어.
라피나와 브랜던, 그 둘 중에 누구에게 더 무게를 둘까 생각할 때, 나는 브랜던에 더 무게를 두고 싶어. 이 영화가 너무나도 아리고, 여운이 많이 남는 이유가 브랜던의 존재이기 때문이야. 단순히 코너가 스타로서 존재하게 된 이유가 주인공으로서 어찌어찌 적절한 시류를 타고 점점 성장해갔다는 것이 아니거든.
중간에 브랜던이 코너에게 불같이 화를 내는 장면이 있어. 자신은 모든 것을 포기해버렸다. 마약을 하게 되었다. 이 지옥같은 가정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버틸 자리만을 만들었다. 그리고 너는 내가 만들어 둔 자리에서 모든 것을 누리면서 살고 있지 않느냐 라는 식의 대사였지. 이게 어떻게 보면 첫째들의 전형적인 열등감의 표출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 장면 전후에 어떤 것이 있는 지를 보면 그저 열등감의 표출로 볼 수는 없어. 라피나는 어느 순간 사라졌고, 돌아온 이후에도 실패에 젖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였지. 이는 라피나가 절대적인 목표였던 코너에게도 마찬가지였지. 이를 브랜던은 받아들일 수 없었던 거야. 할거면 그냥 하라고. 내가 실패한 것을 내 앞에서 다시 보여주지 말라고.
실제로 이 말에 코너는 반박도 화를 내지도 슬퍼하지도 않아. 오히려 그 말이 동기가 되어서 행복한 꿈을 꾸며 콘서트를 하고, 다시는 저지르지 못할 만큼의 반항을 하고, 가족들 몰래 오로지 브랜던만 아는 상태로 라피나와 함께 잉글랜드로의 항해를 시작하지.
스타로 탄생할 만한 사람은 언제나 있다고 했지. 그들의 뒤에는 언제나 그들보다는 실패했지만 밀어주고 방향을 지시해 주는 누군가 또한 있는 법이야. 스타가 될 만한 상황에서 그가 주저앉지 않게. 음악을 하고 싶었고 대학을 더 다니고 싶었던 브랜던이 코너의 뒤에서 모든 상황을 조절하면서 밀어주었 듯이.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모두가 전 세계 급의 스타는 아니겠지만. 누군가의 인생 뒤에는 언제나 그만큼 실패한 누군가가 있는 거야. 그 누군가는 주저앉지 않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고 실패를 딛고 일어날 힘을 주지. 실패를 가장 잘 아니까 다시는 그런 상황이 자신의 앞에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으니까 말이야.
그건 실패한 이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냐고도, 그런 사람 주위에 하나도 없냐고 말 할 생각인가본데, 이건 마지막 장면이 설명을 대신하는 것 같아. 배를 풀어주고 폭풍우 사이로 금방이라도 침몰할 것처럼 위태하게, 그럼에도 돌아오는 일 없이 가는 코너와 라피나를 보면서, 브랜던은 걱정이 아닌 환희의 탄성을 내질러. 자신이 모든 것의 승리자가 된 것만큼 어떤 것도 부럽지 않게 말이야. 브랜던의 분노는 아끼는 동생 코너를 향한 분노였지만, 자신의 실패를 딛고 일어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분노이기도 했어. 그리고 그는 자신의 말처럼, 결국 그냥 해버렸지. 자신이 아끼던, 모든 것을 전해주었다 해도 아깝지 않을 동생을 먼 바다에 풀어버린 거야. 지금까지 자신이 현실에 부딪치고 마약에 찌들던 삶을 전면적으로 자신의 손으로 부인해 버린 거야. 브랜던의 뒤에는 실패한 브랜던이 있고, 결국 실패한 브랜던은 지금의 브랜던을 일으켜 세웠지.
브랜던의 분노는 그 외침은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단순히 '노력' 타령을 하려는 게 아니야. 그냥 해보라고. 감독은 혼자서는 그냥 하기 힘든 이들에게 브랜던을 붙여주고 힘이 될 만한 따스한 노래를 붙여줬어. 뒤에 아무도 없고 실패한 자신 밖에 없는데, 그 자신이 밀 힘이 전혀 없다면 이 영화로, 브랜던의 환희로 다시 일어서라고. 그냥 해보라고 말이야.
브랜던은 다시 마약중독자도 실패자도 되지 않을 거야. 폭풍우를 뚫고 지나간 코너와 라피나를 자신의 손으로 풀어줬는걸. 그렇게 하나씩 해버리면, 그것이 성공으로 가던 다시 실패하던 그는 절대 되지 않겠지.
흔한 말이지만 그런 말이 있지 않나. '자신의 인생이라는 무대에서는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자신이 만족할 만큼 그 무대가 빛날 만큼 그냥 해봤으면 좋겠어. 자네 뒤에서, 내 뒤에서 언제나 실패한 내가 하는 말을 들어. 마지막 장면에서 흘러나온 애덤 리바인의 'go now'의 가사처럼.
'Do all what you can do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We are never gonna go If we don't go now (지금 가지 못하면 영원히 가지 못할테니까)'
go now
So here we are
We’ve got another chance for life
It’s what you want
I can see it in your eyes
You see so clear
It’s coming into light
Go on, be wrong
‘cause tomorrow you’ll be right
Don’t sit around and talk it over
You’re running out of time
Just face ahead
No going back now
You’re gone
So far
Now see you couldn’t all the ties
Your eyes, go on
Keep running for your life
Make up your mind
No going back now
See it all come falling down
You try so hard to figure out
Just what it’s all about
You’ll find it on, and on, and on
For what you know it’s true
And I say go on and on and on
Do all what you can do
You’re never gonna go
If you don’t go now
You’re never gonna know
If you don’t find out
You’re never turning back
Never turning around
You’re never gonna go
If you don’t go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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