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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림에도 시간을 쓸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아직 내 키가 어머니의 반밖에 안되던 시절, 어머니가 홍유릉으로 내 손을 붙잡고 나가셨다. 스케치북과 손보다 큰 지우개, 날카롭게 촉을 세운 4B연필과 함께. 아무거나 그리기 쉽고, 그리기 쉬운 걸 그려보렴. 나는 이름 모를 기둥을 한참 그렸다. 그리고 싶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 오랜 시간 나는 그 기둥과 마주 앉아 있었다. 그렇게 나는 그림과 마주했다. 나는 금세 한 반에 한 두 명 정도 있는 그림쟁이가 되었다. 그림은 시간을 많이 쓸 수 있었다. 수업을 듣는 시간보다 연필촉에 신경을 쓰는 시간이 많았다. 그런다고 시끄럽다고 지적을 받는 것도 아니었으고, 오히려 누구도 나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 점이 오히려 좋았다.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고 나와 종이만 있는 시간이 좋았다. 어느 순간.. 더보기
2. 음악이 하고 싶었다. 음악이 하고 싶었다. 지휘도 하고 싶었고,작곡도 하고 싶었다. 어떤 때는 락스타도 되고 싶었고첼리스트가 싶은 때도 있었다. 아버지는 지휘자였다.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아는 지휘자는 아니지만 지휘봉을 흔들 때마다 따라 흔들리는 곱슬머리가 누구보다 멋있는 정열 넘치는 음악을 만들어내는 지휘자였다. 말을 떼기도 전부터 클래식을 들었고, 지휘를 따라 했다. 음악을 하는 게 당연했다.다섯 살 안된 손에는 바이올린을 쥔 때부터 한참. 당연히 음악을 할 줄 알았다. 그때 바이올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면 어정쩡한 지금의 삶이 없었을까? 하지만 나는 바이올린을 내려놓고 말았다.피아노도, 첼로도, 클라리넷도.드럼도, 기타도, 작곡도. 그나마 글을 쓰면서 지금껏 조금씩 남기는 가사와.태어났기에 평생 가질 수밖에 없는 노래만 .. 더보기
1. 살아보니 어정쩡한 인간이 되어버린 나를 위해 “그래도 우리 아인씨 부모님은 좋겠어. 이렇게 번듯하게 잘 큰 아들을 두었으니.” “그래도, 너 정도면 우리 또래 중에는 잘하고 있는 중이잖아, 요즘 얼마나 힘든데.” 맞는 말이다. 요즘 같이 하루 벌어 하루 살기도 힘든 젊은 이들의 시대에 작은 회사긴 해도 좋은 대우를 받는 회사를 찾았다. 맞는 말이다. 그래도 누군가에게 크게 비호감을 살만한 성격은 가지지는 않았다. 맞는 말이다. 어떻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살다 보니 나쁘지 않은 인간이 되어 있었다. 어정쩡하다. 그렇게 괜찮은 사람, 당장 입에 풀칠할 정도로 벌어먹을 수 있는 사람. 어디 가도 크게 적은 만들지 않는 사람이 되었더니. 남들이 보기에는 괜찮은 사람이 되었지만, 어느 곳에도 제대로 속할 수 없는 어정쩡한 사람이 되었다. 취미도, 특기도 더 .. 더보기
19년의 첫 그림. 이 취미를 가지게 된 지, 12년이 다 되어 간다.어머니께서 내 어린 손에 공책과 연필을 들려 왕릉에 데려가셨던 그 날.연필로 내 눈앞에 있는 무언가를 그린다는 건 참 행복했고.그 그림에 내 생각이 비친다는 건 아름다워 매료되었다.어느새, 12년이 되어간다. 내 첫 그림들을 보면 참 어딘가 어두웠다.그 당시 어디가 어떻게 아팠던 걸까. 지금의 나는 그를 이해하긴 힘들다.어느새 나는 스물여섯이 되어 있고, 아직도 그림은 내 곁에 있다. 요즘은 그림들이 나를 보고 많이 웃음짓는다.나도 웃음짓는다. 사랑스러운 피조물들아.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피조물인지 알게 해주어 고맙다. 더보기
꾸준한 것. 거의 세 달만에 펜을 잡고 그림을 그린다. 원하는 만큼 되지 않는다. 꾸준함은 다른 재능보다 위인 것을 앎에도 스쳐가는 시간이 너무나도 짧다. 펜을 들자. 글을 쓰자. 그림을 그리자. 꾸준히 나를 증명하자. 그렇게 꾸준히 나아가다보면 내 이름 석자로 나를 증명할 날이 올 것이다. 다시 시작하자. 더보기
U&I 시간이 부족해서 여건이 부족해서 블로그가 비어가고 생각은 복잡해져가고. 그럼에도 언제나 내 옆을 지켜주는 건 너, 그리고 너의 응원, 관심. 그대의 모든 것이 소중하다 더보기
SkullMUSIC 뼈만 남고도 그는 헤드폰을 놓지 못했다. 그는 무엇이 듣고싶었던걸까 아니면 무언가 듣기 싫었던걸까 더보기
7.21 노인과 고양이 노인은 하늴없이 고양이를 자기 손 위에 담는다. 고양이의 온기를 담은 손은 이 전에는 무엇을 담았을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