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펀맨 (ワンパンマ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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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러닝타임 | 개봉일 | 관람가 | 원작 / 제작사 | 출연 |
애니메이션, 액션, 판타지, 개그 | 12화(1기) | 2015. 10. ~ 2015. 12. | 15세 이상 관람가 | ONE/무라타 유스케 매드하우스 | 후루카와 마코토 (사이타마) 이시카와 카이토 (제노스) 나카무라 유이치 (무면허 라이더) 외 |
히어로를 주제로 한 일본의 작품은 이제 꽤 있지만, 바로 생각나는 작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원펀맨’일 것이다. 뭐든지 ‘원펀치’로 적을 제압해버리는 이 세상 최강의 히어로 원펀맨 ‘사이타마’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그와 히어로 세계에 대한 이야기다. 이 작품은 작가 ONE의 연재로 웹 연재 되기 시작하다가 ‘아이실드 21’로도 유명하고 일본에서 가장 미려한 그림체로도 유명한 무라타 유스케의 리메이크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작품이 되었다. 애니메이션 또한 꽤 준수한 질을 유지하는 스튜디오 ‘매드하우스’에서 맡아 무라타 유스케의 미려한 작화를 잘 살려냈다.
원펀맨. 사이타마는 정말로 강하다. 이보다 강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강하다. 작중에서 지구에서 가장 강하다고 인정받은 S급 히어로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도 안되는 악당이나 재해를 힘도 안 실린 주먹 한 번으로 정리한다. 정리가 굴복이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말 그대로 존재가 지워진다. 이런 말도 안되는 파워는 그가 사회에서 오히려 제대로 된 히어로로 활동이 어려워지게 만든다. 한 순간이라 목격한 사람이 없을 때가 예삿일이며, 목격자가 있어도 말도 안되는 파워에 사기라고 매도당하기까지 한다. 히어로 사이타마는 최강의 히어로다.
하지만 단순히 사이타마가 무척 강하고, 원펀치로 모든 것을 정리하는 것이 이 작품을 유명하게 만든 것이 아니다. 작가가 부여한 의도적인 이 한계이상의 강함은 사이타마를 최강으로 만들었지만 그의 내면은 계속해서 한계에 부딪히게 만든다. 히어로라면 누구든지 향할 그 최고의 강함. 지구는 물론 우주를 제패한 이도 한 순간에 정리하는 강함을 가진 이 히어로는 성취감을 상실했다.
너무 강해진 나머지 적들과 싸운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애당초 전투가 성립이 되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사람을 구하는 보람을 느끼냐 하면 거의 대부분의 경우 납득 안되는 강함으로 매도 당할 뿐이다. 지구가 통으로 멸망 당할 위기를 구했음에도 그가 세상을 구했다는 걸 아는 사람은 그의 제자를 자처하는 제노스를 비롯한 소수이다. 그는 자신이 그토록 바랬던 것을 얻음으로 다른 모든 성취의 가능성을 잃어버렸다.
이는 사이타마가 만나는 실력자들-그것이 히어로와 빌런을 막론하고-이 모두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기도 하다. 물론 사이타마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약하지만, 맘만 먹으면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쥐고 흔들 수 있는 인물들은 모두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중요한 것들이 결여되어 있음이 직간접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들은 자신보다 강한 사람, 뛰어넘어야 할 적, 이뤄야 할 목표를 찾지 못하면서 본디 자신이 원했던 자신과는 다르게 변해가고 만다. 이미 그들은 그들이 원했던 히어로의 모습도 아니고 빌런들 또한 자신들이 원래 되려고 했던 목표와는 떨어져 아집에 빠진 채 파괴만 일삼게 된다.
“압도적인 강함이란 건 하찮은 거야”
이작품은 계속해서 불완전하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히어로들과 돌이킬 수 없이 유치한 아집에 빠진 히어로들을 비춘다. 언제나 가장 위에 서려는 일을 반복하는 것의 한계성. 그 이후의 공허를 말하는 작가는 이에 대한 대안 두가지를 병행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과정에서 보여지는 질문은 작품의 설정만큼 극단적이지 않으며 언제나 고려해 볼만한 점이다.
하나는, 더욱더 너머에 있는 목표에 대한 인정이다. 작중 문제를 겪는 실력자들이 자신의 아집을 내려놓고 세상과 마주하는 계기는 언제나 사이타마다. 사이타마의 압도적 강함은 그들이 가장 위에 있지 않다는 눈앞에 살아있는 증거다. 이는 자신이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임과 동시에 자신보다 아득히 멀리 있는 그 최강이 얼마나 공허한지에 대한 성찰이다. 이 모든 것을 인정한 인물들은 자신의 아집을 버리고 다시 더 먼 곳을 향해 도전하거나, 자신이 도전하던 최강이라는 가치의 결과를 바라보고 자신의 가치관을 수정한다.
두번째는 첫번째에 이어지는 물음이자 주인공 사이타마를 위한 해결책이다. 진정 최강만이 가치 있는 것인가?
다른 이들은 사이타마를 통해 인생을 수정하지만, 작품 속 누구도 자신보다 위에 있을 수 없는 사이타마는 저런 충격을 얻을 수 없다. 그는 첫 과정을 돌입할 수도 없기에 여전히 내면은 공허하게 방황하라 수 밖에 없다. 이를 위해 작가는 ‘약자’여도 인정받는 이들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이가 ‘무면허 라이더’라 불리는 C급의 히어로다. 그는 자전거를 타는 것 외에는 보통의 인간들보다 강할 뿐인 능력 하나 없는 수수한 히어로다. 작품의 주인공이 그 사이타마인 만큼,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0에 가깝다. 그러나 그는 작품 내외를 가리지 않고 극찬을 받는다. 누구에게도 제대로 칭찬을 하지 않던 사이타마가 상대도 안 될 만큼 강한 빌런을 상태로 만신창이가 되어 쓰러진 그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래도 싸우는 수밖에 없어. 나 밖에 없다고. 이길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건 문제가 못 돼.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너와 맞서 싸워야 해!”
그는 자신이 다른 이들에 비해 터무니 없이 약하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안다. 그러나 그는 시민을 지켜야 할 곳에는 자신이 얼마나 약하던 상관없이 몸을 내던진다. 이유는 그저 히어로여서이고 시민들을 지키는 것이 즐거워서일 뿐이다. 그는 약체다. 최강이라는 수식어는 그와는 아예 관계가 없는 수식어이다. 그러나 진정한 히어로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무면허 라이더’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뛰어나진 않지만 가장 가치있다. 이런 가치 있는 ‘약자’를 통해 사이타마는 자신이 성취해야할 목표, 진정한 히어로라는 가치를 아주 조금이라도 잃어버리지 않고 히어로로서 활동할 수 있는 것이다. 최강인 그의 내면을 채워주는 것은 강자가 아닌 약자였다.
최고봉. 그것에 의미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목표를 잡는다면 어딘가 우뚝 서서 자신이 이룬 것들을 내보일 수 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최강, 최첨단 같은 수식어에 매달려 옆을 보지 못하게 된다면, 목표한 것을 이룬다 해도 그 것이 자신이 진정 꿈꾸던 모습과 같다고 할 수 없다. 공허함과 한계만이 남는다. 그 분야의 최강자가 되더라도 가장 가치 있는 인생을 살 수는 없다.
자신이 되고 싶어하는 모습을 생각하자. 그 곳에 번드르르한 수식어가 있다면 지우자. 언제나 위를 노리되 이 하나뿐인 삶에서 이루고 싶은 구체적이고 진정성 있는 수식어로 고치자. 오글거려도 상관 없다. 어느 순간 어느 정도 이뤘다고 생각될 때, 정말로 아름답게 빛나는 것은 화려한 수식어와 끝자락에 매달린 자신이 아닌, 자신이 생각한 것들을 손에 잡고 계속해서 올라가는 자신일 것이다. 최강보다 시민과 함께하는 히어로가 더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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