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악/음악

[1.13 일일음악] Track 9 (이소라)

1월 12일에 쓰긴 했지만 당연하게 이걸 쓸 때 쯤은 1월 13일이 될 듯 하다.

일일음악은 한 곡에 대해서만 조명하려 한다. 그 곡이 가지고 있는, 그 곡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에 대해서 자세히 들여다 볼 것이다.

앨범으로, 가수의 삶으로 봐도 좋은 것이 음악이지만, 그만큼이나 한 곡에 집중해 봐도 사랑스러운 것이 음악이라 생각한다.

부디 내온 음악을 그저 눈으로 보지 마시고 한 번쯤 맛보시길 바란다.

-이 앞으로는 주인장과 단골의 관계에서 편하게 이뤄지는 대화의 형식을 가져오고 있음을 공지합니다.


내가 덕후라고 아주 음악도 처음부터 일본 음악이나 나올 줄 알았어? 아 물론 일본 음악도 좋아해. 하지만 난 모든 음악을 좋아한다고, 최대한 편식 없이 맛보려고 하고 있어. 애니메이션이나 책은 편식이 있는 편이지만 음악은 그 둘 좋아하는 것보다 훨씬 좋아해서인지, 어떤걸 줘도 정말 좋아한다고, 최대한 많은 것을 맛보고 싶어.

그래서 오늘 자네한테 내려는건 이거거든, 이소라가 2008년에 발표한 'track 9'이야. 처음 보나? 특이하지? 앨범 커버에는 이래저래 유추할 수 있는 그림 하나, 그리고 단색으로 되어있고, 제목은 track 9이지. 제목에 의미하는 건 없어. 이소라 본인이 이름을 붙이는 건 감상하는 우리의 몫이라고 했거든. 앨범의 이름도 '7집 이소라'야. 정말 쿨하면서도 정말 많은게 남는 앨범 이름처럼, 이 앨범은 이소라 본인의 커리어에서 '바람이 분다'가 들어있는 6집 '눈썹달'과 함께 투톱으로 불릴만큼 음악적 완성도가 엄청나지.

아, 오늘은 track 9에 대해서만 얘기하려고 하는데 자꾸 얘기가 빗나가네. 이 얘기는 언젠가 자네한테 천천히 들려주려고 준비중이네. 이소라란 가수, 그리고 이 7집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엄청 크니까. 그 맛은 나중에 천천히 보도록 하자고.

내가 어떤 사람이 음악을 처음 추천해 달라고 한다면, 언제나 이 곡을 골라. 사람의 마음을 크게 울리고, 흔한 주제도 아니면서도, 설득력 있고, 아름답지. 어느 하나 빼기 힘들만큼 좋은 음악이야. 7집 내에서는 나름 타이틀 표시가 붙어있는 track 8과 함께 가장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곡이기도 하지.

가사는 시적이면서도, 처음 들어서는 무슨 내용인지 감이 안잡힐 수도 있는 가사야. 일단 이건 보는게 낫겠군.

나는 알지도 못한 채 태어나 날 만났고
내가 짓지도 않은 이 이름으로 불렸네
걷고 말하고 배우고 난 후로 난 좀 변했고
나대로 가고 멈추고 풀었네


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화나게 하고
당연한 고독 속에서 살게 해


Hey you, don`t forget 고독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살아가
매일 독하게 부족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흘러가


나는 알지도 못한 채 이렇게 태어났고
태어난 지도 모르게 그렇게 잊혀지겠지
존재하는게 허무해 울어도 지나면 그뿐
나대로 가고 멈추고 풀었네


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강하게 하고
평범한 불행 속에 살게 해


Hey you, don`t forget 고독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살아가
매일 독하게 부족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흘러가


Hey you, don`t forget 고독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살아가
매일 독하게 부족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흘러가


이 하늘 거쳐 지나가는 날 위해

어때, 바로 어떤 내용을 말하고 싶은지 알겠나? 대충은 알겠지만 잘 모르겠지. 그게 정상이면서, 이 곡의 매력이야.

분명 무엇을 정확히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곡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스멀스멀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지. 하지만 그게 그렇게 괴롭지는 않고 그저 무너지는 것을 인정하게 되. 그리고 한 켠으로 위로받게 되지.

사실 이걸로 끝이야. 뭐냐고? 정말 이 곡이 말하고 싶었던게 그거라고. 그걸 가사가 이해가 되지 않음에도, 단지 3분 51초의 노래-음색과 감정 분위기-로 본능적으로 납득을 시켰다는거야. 이소라는 원래 한국에서 가장 그 면이 좋은 가수라 생각하지만, 이 곡은 그 중에서도 손에 꼽을만큼 그 면이 잘 드러나있지. 이 곡이, 이 가사가 말하고 싶었던 게 그거야. 자네가 처음 듣고 느낀 그거.

노래 속의 화자의 담담한 회고는, 그가 자신의 의지를 갖게 되고, 자신이 선택했던 것에 대해서 그저 담담히 말하고 있어. 그 말하는 내용은 어찌보면 정말 허무하고, 우울할 수도 있고, 마음이 무너질 수도 있어. 내가 원했던게 아니었고, 내가 어찌하려고 해도 세상은 그걸 방해하고, 고독하고, 아무도 그런 나를 모르지. 여기서 끝나면 그저 우울하고 사람의 마음을 무너트리는 곡일거야.

하지만 곡의 후렴은 노래 속 화자의 이야기가, 곧 문득 자신의 이야기라 생각한 청자들의 손을 잡고 얘기하고 있어. 세상이 외롭게 만들면, 독하게 어딘가 더 채울 곳이 있게, 언제나 다그치며 너 자신을 놓지 말라고. 노래 속 주인공이 고민했던 해답이 이것이었다고 다독이면서도 힘있게 얘기하지.

어딘가 사람은 원초적으로 자신이 허무한 존재가 아닐까, 잊혀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건 당연해. 그리고 우울증이 만연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더 하겠지. 정말로 익명의 바다에서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니까. 모두 속으로 한 번씩 울음을 삼켰음을, 이소라는 누구보다 잘 알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리고 그 것은 정답이었지.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노래에 위로를 받았으니까. 너 자신을 놓지 말라는 후렴에 위로를 받았으니까.

내가 가사 한 곳을 설명 안했다고? 당연히 일부러지. 이 마지막 한 구절이 이 노래를 더 잔잔한 홍수가 되게 하니까. 한 번 두 번 들을 때는, 노래 가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그냥 쭉 하는 줄 알고, 몇 번 더 듣다보면 나를 위로함을 알게 되지. 그리고 어느 순간, 마지막 가사를 이해하는 순간이 이 곡이 큰 여운을 남기지 않나 싶어. 말하는 곡의 화자는 하늘을 거쳐 지나가고 있거든. 청자의 손을 잡아주던 그 사람은 청자와 같은 세상에 없어. 그 점이 무척이나 큰 울림으로 오지. 누군가에게는 아버지, 어머니가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될 수도 있지, 친한 친구가 될 수도 있고, 먼저 보낸 자식이 될 수도, 연인이 될 수도 있어. 그들이 생각나서 자신을 놓지 않는게 너무 힘든 사람들에게 직접 그들이 되어 마지막 말을 하는 거야. 너를 위해 너 자신을 놓지 않는게 힘들면, 하늘에서 지켜보는 나를 위해서라도 너를 놓지 말라고.

고백하자면 나 또한 우울증을 앓고 있어.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 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었지만, 이 곡의 도움도 분명히 컸을거야. 나는 정말로 나를 놓지 않게 되었으니까. 자네도 이 곡을 꼭 가슴에 품고 있었으면 좋겠어. 세상살이는 힘드니까. 언젠가 너무 힘들 때 꺼내서 들으면, 당신이 소중히 여기던, 이제는 없는 그 사람이 당신을 붙잡아 줄거야.

마지막으론 이거 한 번 보고 가게. 한국 애니메이션인 고스트 메신저의 엔딩영상이야. 엔딩 곡인 track 9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가장 잘 나타낸 정말 좋은 뮤직비디오의 역할을 해준다고 생각해. 한 번 보고 가길 바라네.

내일도 자네를 기다리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