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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음악

[1.14 일일음악] home (Brown Eyed Soul)

-이 앞으로는 주인장과 단골의 관계에서 편하게 이뤄지는 대화의 형식을 가져오고 있음을 공지합니다.

잘 왔어. 자네가 오기를 기다렸지. 오늘도 눈이 오다 말다 하는군. 아무리 치우기는 힘들어도 이왕 오는거면 좀 쌓일 만큼 왔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왜냐고? 눈이 잔뜩 쌓이게 되면 소리가 잦아들고 아무리 춥다 해도 포근하게 감싸지니까 말이지. 평화로워지는 느낌이야. 나이가 먹어서 눈이 오는걸 치우는건 정말 싫어하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눈은 언제나 기다려져. 우울해지지 않고 그저 편해지는 시간이 많지 않거든.

그런 의미에서 오늘 자네에게 낼 곡은 그런 편한 곡이야. 꽤 최근 곡이지. 한 달 쯤 된 곡이니까.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4집 Soul Cooke의 타이틀 곡 'Home' 이야. 

내 취향을 굳이 말하라고 한다면 말이야. 사운드가 잔뜩 나를 휘어잡거나, 아니면 최소한의 것만으로 마음을 흔드는 그런 음악을 좋아해. 극과 극이지. 그런 면에 있어서 알앤비 장르도 꽤 취향에 맞는 편인데, 악기의 사운드도, 가수의 목소리도 올가미처럼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어. 그런 탓에 자연스래 브라운 아이드 소울도 좋아하게 되었지.

여러가지 논쟁점이 있다 하더라도, 한국의 대표 알앤비 가수에 브라운 아이드 소울을 놓는데 이견은 없을거야. 그런 이들의 4집, 3집 이후로 5년 가까이 되어 나온 앨범이어서 많은 사람이 기대를 했고, 그 타이틀 곡이 발표되었지, 사실 좀 의외였어. Home은 사실 그들이 줄곧 타이틀로 삼던 곡들과는 좀 거리가 있는 곡이었거든. 앨범의 다른 곡들이 더 원래 그들이 삼던 타이틀과 맞았지, 똑같다면이나 My story, 정말 사랑했다면과 비슷한 곡은 오히려 너를에 가까웠지. 물론 그 곡은 part A 로 먼저 발매되었기 때문에 실격이긴 했지만. 결국 Home이 그들이 원래 주무기로 내던 것과는 좀 이질적인건 사실이었어. -더블 타이틀이라 밤의 멜로디 역시 타이틀이지만 이쪽도 이질적인 건 마찬가지야. 이건 조금 나중에 다시 한 번 얘기하고 싶네-

하지만 역시 처음 듣기에는 타이틀곡 같기는 한 것도 사실이야. 그들이 밀고 오던 창법이나 감정선은 비슷했거든. 하지만 이 곡은 비극이 아닌데 있어. 그들이 언제나 타이틀로 내는 곡은 사랑의 비극이었지. 이별하고, 후회하고 다시 오기를 빌고. 하지만 이 곡은 그런 것과는 지향점 자체가 완전히 정반대야. 가사를 보면서 얘기하자고.

난 무엇도 할 수 없어 눈물까지 말라버렸지
고갤 들어 먼 하늘도 바라보기가 힘이 들어

어느새 숨이 차올라 생각 없이 걷는 이 길은
그 끝엔 지친 나를 안아줄 말없이 웃어주는 니가 있어

l'm Missing You
You Are My Only 무너져버린
날 어루만져 포근히 감싸주네
너만이 오직 기다리는 날 불러주네
I Miss You, Coming Back Home

어느새 희미해져 가 꿈결 같던 지난날들은
슬플 땐 기억에 떠오르는 언제나 변함없는 니가 있어

l'm Missing You
You Are My Only 무너져버린
날 어루만져 포근히 감싸주네
너만이 오직 기다리는 날 불러주네
I Miss You, Coming Back Home

서둘러 사라진 많은 꿈을
다시 꿈꾸며 살 수 있나
문을 열어줘 환한 미소로 나를 반겨줘

l'm Missing You
You Are My Only 무너져버린
날 어루만져 포근히 감싸주네
너만이 오직 기다리는 날 불러주네
그리운 나의 품으

도입은 언제나 처럼 비극을 보여주고 있어. 가장하고 있는거지만, 그리고 영준의 목소리로 장막을 펼치니 이보다 희극이 없는거야. 언제나 집에 기다리는 자신의 사랑이 존재한다니. 지금껏 브아솔 노래중에 이정도로 희극인 노래를 찾기가 오히려 힘들었던 것 같아. 

가사가 특별히 숨긴 뜻은 없어. 사실 무조건 숨긴 뜻만 찾는다든지 그런 것도 좋아하지는 않고. 노래는 직감적으로 뭘 말하는지 알게 하면서 아름다운게 좋다고 생각하거든. 그런 면에서 정말 알기 쉬울 정도로 행복한 노래고 아름다운 노래야. 정말 눈 같은 노래지. 그저 아침에 틀어놓고 있는 것만으로, 집에 들어오는 길에 틀어만 놓는 것으로 행복할 수 있는 노래. 그런 노래가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커리어에 생겼다는게 행복했고, 앞으로 한 동안 그렇게 행복하게 감상할 노래가 생겨서 만족스러웠어.

그리고 나서 생각이 드는게, 2003년 데뷔 이후 13년이 지나고 나서야 그들은 그들의 소울이 희극을 연주해 관객들에게 보여주는데 자신이 생긴게 아닐까 싶어. 지금껏 앨범에 그런 노래가 없었던 건 아니야. 하지만 타이틀은 아니었고, 편안하다기보단 신나는 노래에 가까운 노래들이었지. 어디까지나 그루브를 탈 수 있는 그런 노래들. 그리고 주 무기는 언제나 처절할 정도의 비극이었어. 그들이 희극인 노래를 부르기 싫었던 건 아니었을거야. 부르고 싶었지만 그만큼 기쁨이라는 감정을 만족스럽게 풀어내긴 힘들었겠지.-어디까지나 내 가정이지만- 그리고, 13년이 지난 오늘이 되어서야 그들은 정말 자신있게 자신의 무기로 희극을 들고 나올 수 있게 된거야. 그저 단순히 기쁘거나 신나는게 아닌 만족스럽고 편안한 기쁜 감정을 말이야.

그들의 창법은 변한게 거의 없어. 하지만 그들의 소울의 색은 이 곡에서 확 바뀐 거 같아. 같은 창법으로 비슷한 곡 구성으로도 이렇게 기쁜 감정과 슬픈 감정이 대조가 될 수 잇구나 싶은게 경이롭기도 해. 이런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싶기도 하고, 무척이나 기대되기도 해. 엄청나잖아. 희극과 비극을 둘 다 자신있게 다루는 알앤비 가수라니.

이 글을 쓰면서도 몇번씩이나 곡을 듣고 있는데, Home 이라는 곡이 생각보다 팬들에게 많이 선물되는 걸 생각하고, 가사를 생각하면 충분히 그들의  팬들도 염두에 두고 쓴 곡인거 같은데, 콘서트 때 부르고 팬들의 진심어린 환호성을 듣고 있으면, 어떤 기분일까. 아티스트가 되어서 팬들에게 곡 하나 선물 하고 그 반응을 듣는건 엄청 행복한 거겠지 같은 생각이 드네. 결국 이 곡은 그렇게 완성되는 것 같기도 하고.

자네도 이 곡 들으면서 가서 자네한테 가장 소중한 사람한테 안기는건 어때? 이 곡은 사랑하는 사람의 반응이 나올 때 완성되는 곡이라고 생각하거든. 꼭 가서 해보게. 내일은 더 행복한 얼굴로 봤으면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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