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우리 아인씨 부모님은 좋겠어. 이렇게 번듯하게 잘 큰 아들을 두었으니.”
“그래도, 너 정도면 우리 또래 중에는 잘하고 있는 중이잖아, 요즘 얼마나 힘든데.”
맞는 말이다.
요즘 같이 하루 벌어 하루 살기도 힘든 젊은 이들의 시대에 작은 회사긴 해도 좋은 대우를 받는 회사를 찾았다.
맞는 말이다.
그래도 누군가에게 크게 비호감을 살만한 성격은 가지지는 않았다.
맞는 말이다.
어떻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살다 보니 나쁘지 않은 인간이 되어 있었다.
어정쩡하다.
그렇게 괜찮은 사람, 당장 입에 풀칠할 정도로 벌어먹을 수 있는 사람. 어디 가도 크게 적은 만들지 않는 사람이 되었더니.
남들이 보기에는 괜찮은 사람이 되었지만, 어느 곳에도 제대로 속할 수 없는 어정쩡한 사람이 되었다.
취미도, 특기도 더 나아가 나라는 사람도. 번듯하게 얘기는 할 수 있지만 정작 속을 채울 재료는 없는 사람.
그저 굴러가는 대로 굴러가기 위해 적당히 능력 있는 척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보통이라도 하는 게 어디야.’
맞다. 보통이라도 하는 게 어딘가. 앞서 말한 모든 것이 누군가에게는 배부른 이의 기만으로 보일지 모른다.
보통만 하는 것도 능력이라며. 그것도 못해 매일 피눈물 쏟는 이들이 많다며.
그런 이들을 비웃고 싶은 생각도, ‘보통’이라는 기준을 덧없게 만들고 싶지 않다.
나도 보통의 사랑을 하며, 보통의 평화를 누리는 것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한다.
단지 내가 ‘보통 이상’의 것을 포기하지 못하게 태어났다.
꿈에 매여버린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다.
무언가가 되지 않으면 괴로워 견디지 못하는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다.
꿈을 이뤄가는 이들을 보며, 어떨 때는 꿈을 향해 날아오르다 추락하는 이들을 보며 질투를 품는 사람으로 자라 버린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맞춰 인생을 사는 것을 도저히 참지 못하는 사람인 것이다. 나란 사람은.
그래서 문득 바쁜 회사 생활을 마치고 집에 와 글 한 줄 쓸 기력도 안 남은 나를 보면
남들이 말하는 주제에 다 그럴듯하게 맞장구치면서 결국 제대로 해낸 것은 하나도 없는 나를 보면
아직까지 내가 해낸 것은 무엇입니다. 뭐하나 말을 할 수 없는 나를 보면.
스물일곱의-이제 곧 스물여덟을 넘어가는- 군필이라는 것 외에 아무것도 남지 않은 나를 보면
‘보통’조차 만족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나를 보면
말을 맺지 못할 정도로 슬퍼진다.
하지만 어디서 푸념 한마디도 할 수 없다.
‘보통 그 정도 하면 배부른 줄 알아야지.’라는 말을 들을 것을 아니까.
취직을 하기 위해 무엇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많은 것을 아니까.
내 슬픔과 이 하루의 공허함을 공감해줄 사람을 아직 찾지 못했으니까.
그래도 어쩌면 이렇게 살다 보니 어정쩡해진 사람이 나만은 아닐 거야.
이렇게 태어나버린 사람이 나만은 아닐 거라는 확신을 얻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어두운 밤에 오늘 하루가 묻혀가는 것이 지독하게 참기 힘든 사람이 나 혼자만이 아니라면
적어도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꿈을 꾸며 괴로워하는 이 여행길이 조금은 외롭지 않을 것 같다.
어정쩡한 나를 위한, 나의 위안을 위한, 조금은 덜 어정쩡한 사람이 되기 위한 글.
그래서 참으로 어정쩡할 이 글을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보낸다.
어정쩡해 슬퍼 마다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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