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COC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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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러닝타임 | 개봉일 | 관람가 | 감독 | 출연 |
애니메이션, 판타지 | 105분 | 2018. 01. 11. | 전체 관람가 | 리 언크리치 | 벤자민 프랫 존 래천버거 외 |
음악만을 위해 가족을 버리고 나간 남편이 있었다. 그리고 그 남편을 뒤로 하고 가장이 가족을 버리게 한 음악을 배척하며 억척스럽게 가문을 꾸려간 아내도 있었다. 남편의 소식은 완전히 끊겼고, 가문은 억척스러운 아내의 생활력 덕인지
대를 이어 풍요로운 신발 장인으로 변모했다. 가문에서 달라지지 않은 것은 오직 하나. 음악을 입에 내지도 않는 것. 그러나 고조손자인 미구엘은 자신의
안에 있는 음악혼을 발산하지 못해 안달이었다. 그러나 가문은 아이의 꿈을 철저히 무시했다. 아이가 나무와 못으로 손수 만든 기타를 부수면서까지!
그러나 미구엘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무 것도 모를 때도 포기하지 않았겠지만,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된 그의 고조할아버지가 가장 위대한 가수이자 그의 영원한 우상인 ‘에르네스토 델라 크루즈’인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포기하겠는가. 미구엘은 델라 쿠르즈의 묘에 들어가 기타를 훔쳐서라도 콘테스트에서 자신의 음악을 선보이려 한다. 그러나 망자의 것을 만져서일까? 그는 망자의 세계에 들어서게 되고, 그 곳에서도 완강히 그의 꿈을 반대하는 미구엘의 조상들을 피해 그의 꿈을 이해해줄, 언제나 ‘기회를 잡아라’고 얘기한 그의 고조부 델라 크루즈에게 축복을 받아 망자가 되지 않고 현실 세계로 돌아가려는 모험을 시작한다.
‘기회를 잡아라’. 참 멋진 격언이다. 지금도 서점에 가면 지나가는 기회를 잡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라는 책들이 계속해서 발간되고 쌓인다. 이 말에는 언제나 실과 바늘처럼 따라 붙는 조건도 있다. ‘기회는 적다. 기회가 왔을 때 수단을 가리지 말고 잡아라’.
작품 속 미구엘의 가족은 마치 우리네 보수적인 기성세대를 보는 듯하다. 개인의 의사를 묵살하고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식을 이끄는 모습은 우리가 주변에서 보고 듣는 자신의 이야기, 친구의 이야기와 닮아 전후 사정을 앎에도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답답함과 세상 어디나 사는 모습은 비슷하다는 동질감을 느끼게 해준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매몰차게 꿈을 짓밟히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우상인 델라 크루즈에게 도달할 기회를 자신의 손으로 잡고 개척하는 미구엘을 보며 우리는 그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비춰보며 미구엘을 응원하게 된다. 기회를 잡으라고. 저 답답한 기성세대에게 지지 말라고.
그러나 미구엘이 그 어떤 수단이든 써가며 델라 크루즈에게 도달하고 감동의 상봉을 달성하게 되는 장면에서 우리는 무언가 그 결과가 우리가 원하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델라 크루즈와 파티를 즐기는 화면 연출은 지금까지의 호흡과는 정 반대로 느리게 흘러간다. 분명히 조금만 있으면 망자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미구엘은 그가 잡은 기회를 누리며 느긋하게 지낸다. 이 모습은 우리에게 위화감을 안겨주며 끝나지 되려 불안과 의문을 남긴다. 이상한 일이다. 분명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잡은 기회인데, 왜 미구엘을 보는 우리는 불안하고 초조한 것일까. 이를 기점으로 작품의 색은 급격하게 바뀐다. 어째서인가? 모종의 이유로 영원히 망자로 잊혀질 위기를 맞는 미구엘은 동료 망자 헥터와 함께 행동하며 우리에게 물음을 던진다.
‘기회를 잡는데 그렇게 많은 희생이 필요한가’
‘그런데 그렇게 성취한 뒤에는 무엇이 남는가’
우리의 초조함, 무언가 잘못된 듯한 불안감은 여기서 출발한다. 분명 기회를 잡는 것은 좋다. 그를 위해 전력투구하는 것도 좋다. 그 기회가 어떤 것이든지 말이다. 포기하지 않고 때로는 처절해 보일정도로 기회를 잡고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것이 사람의 삶을 아름답게 승화시킨다. 그러나 가족들을 박차고 나간 미구엘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심지어 곧 잊혀져 망자의 세계에서마저 사라질 헥터의 애타는 목소리를 무시하면서까지 했던-행동들은 델라 크루즈와의 느긋하고 다소 무의미해 보이기까지 하는 시간을 누리는 것을 위해 희생되어야만 했던 무의미한 것이었을까?
이 사유의 결과는 금새 ‘아니다’에 도달 할 수 있다. 미구엘이 당초 이루려 했던 것은 자유롭게 음악을 하고 음악을 하는 자신의 삶을 가족에게 인정을 받는 것이었다. 그것이 ‘기회가 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잡아라’라는 격언에 비대하게 부풀어 다른 이와의 관계를 희생하고 당초의 목표는 흐려진 채 델라 크루즈와의 만남에 크게 만족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그것이 미구엘이 원하던 꿈의 종착점이 아니었음에도.
‘자신의 성취에 대한 인정’. 작품에서 망자들은 잊혀지게 되면 다시 죽음을 맞는다. 이는 산 자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어느 누군가에게 자신의 성취, 자신의 존재가 잊혀지지 않았으면 하는 인정을 향한 갈망이 결국 기회를 향한 원동력이자, 성취의 이유인 것이다. 지금도 새로운 곡을 쓰는 가수도, 계속해 손님을 받고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도, 그들이 최고가 되기 위한, 기회를 잡으려고 하는 그 이유는 사람들이 기억해주고 계속 찾아주고 사랑해줬으면 하는 본능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것이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인간이 가장 인간다운 본능이며, 가장 본질적인 성취를 향한 이유인 것이다.
TV에서는 계속해서 우승만을 최후의 목적처럼 선전하고, 최고가 되기 위한 방법, 그 것을 위해 얼만큼의 시간과 열정, 그 가운데 희생될 것들이 얼마나 사소한 것인지 말하는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오늘도 많은 고등학생이 가족과 친구와의 시간보다 문제지와의 대면에 시간을 쏟고, 대학에서도 교수와의, 친구와의, 가족과의 밀린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스펙을 위한 모니터와의 대면이 더 많은 시간을 차지한다. ‘기회를 잡으라’고 말하며 자연스래 인간간의 관계에 대한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게 한다.
그러나 그 희생해도 된다 말했던 것이 인간이 꿈을 이뤄야 하는, 기회를 잡아야 하는 이유였던 것은 아닌가? 자신의 성취를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인정받고,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었는가? 그런데 그 성취를 보여줄, 나를 기억해줄 이들을 '기회를 잡는다'는 명목하에 가차 없이 희생시키는 것에는 아무런 의미가 남지 않게 된다. 자신이 꿈꾸던 것을 이룬 후에 그것을 같이 나눌 이도, 기억해줄 이도 없어지게 된다. 그 허무한 인생을 향해 당연하다고 채찍질 하는 것은 마치 망자에 가까워지고 있음에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만난 델라 크루즈와의 만남으로 망자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마는 미구엘과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더 큰 꿈을 위해 지금의 잠시의 인연을 희생해야 할 지도 모른다. 그것은 나무랄 수는 없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선, 기억되기 위해서는 성취가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를 위한 노력을 비하하고 쓸모 없는 것으로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꿈을 향해 달리는 당신이 기억했으면 좋겠다. ‘기억해 줘(Remember me)’. 이 영화의 주제가가 읊조리듯 당신이 꿈을 잡기 위한 이유가 막연한 성공이 아님을, 그 꿈을 이룬 당신을 기억해 줄 소중한 누군가와 함께할 소중한 시간을 위한 오늘의 달음박질인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미구엘처럼 그 소중한 이들, 당신의 성취를 기억할 이들과의 시간을 바쁜 시간 가운데 기꺼이 냈으면 좋겠다.
당신이 가장 중요한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기억해줘
내가 어디에 있든
기억해줘
슬픈 기타 소리 따라
우린 함께 한다는 걸 언제까지나
널 다시 안을 때까지
기억해줘
눈을 감고 이 음악을 들어봐
우리 사랑과 함께 난 네 곁에
눈을 감고 이 음악을
우리 사랑을
기억해줘
지금 떠나가지만
기억해줘
제발 혼자 울지 마
몸은 저 멀리 있어도
내 맘은 네 곁에
매일 밤마다 와서
조용히 노래해줄게
기억해줘
지금 떠나가지만
기억해줘
내 사랑 변하지 않아
우린 함께 한다는 걸 언제까지나
널 다시 안을 때까지
기억해줘
눈을 감고 이 음악을 들어봐
우리 사랑을 기억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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