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플레이어 원 (Ready Player O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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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러닝타임 | 개봉일 | 관람가 | 감독 | 출연 |
액션, SF, 어드벤처 | 140분 | 2018. 03. 28. | 12세 이상 관람가 | 스티븐 스필버그 | 마크 라이런스 (할리데이) 사이먼 페그 (모로) 올리비아 쿡 (사만다/아르테미스) 타이 쉐리던 (웨이드/퍼시발) |
이처럼 특이한 이유로 주목받은 영화가 근래에 있을까.
'수많은 영화,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캐릭터의 등장'은 '레디 플레이어 원'이 개봉 전부터 주목 받던 원동력이었다.
물론 단지 마구잡이로 캐릭터들을 집어넣은 것에서 나온 기대감만은 아니었다. 그 많은 캐릭터들을 알아 볼 정도의 '문화광'들은 마구잡이로 캐릭터들을 집어넣은 것에 대한 실망감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괴작을 수도 없이 만나왔고 실망했기에 오히려 이런 식의 홍보는 기대감을 떨구기에도 충분했다. '얼마나 영화가 볼 게 없으면 저런 것으로 홍보를 하나' 같은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 모든 문화광들이 입을 닫고 기대와 선망으로 이 영화가 개봉되기만을 기다렸다. 영화의 감독이 '스티븐 스필버그'였으니까.
죠스, 인디아나 존스, 쥬라기 공원, E.T....영화를 싫어한다, 즐겨보지 않는다는 이들도 모두 아는 영화들을 만든 사람., 오랜 시간동안 문화광들의 머리 위에 있는 그가 직접 메가폰을 잡고 수많은 캐릭터들을 출연시킨다. 그 만으로 기대할 이유는 충분했다
그리고 영화는 개봉했다. 결과는 어땠냐고? 당연히 그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아타리 세대부터 오버워치와 마인크래프트로 대표되는 현 세대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문화광을 위한 영화가 눈 앞에 도착한 것이다. 영화 내내 재미를 넘어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스타크래프트'의 짐 레이너가 가우스 소총을 쏘고, 질럿이 로비를 걸어다니며, '아키라'의 바이크가 폭발하는 차량 사이를 질주하며, '오버워치'의 트레이서는 몇 번씩이나 영화에서 눈길을 뺐는다. 명작 영화 '샤이닝'은 완벽히 재현, 변주되었다. 마지막 전투의 '아이언 자이언트'와 '건담'은 소름돋을 정도로 멋지게 살아 움직였다.
액션과 음악은 보는 내내 눈을 사로잡았다. 가상현실 속 게임이라는 세상을 상상하는 대로 구현하고 완급을 조절하며 사람을 매혹시키는 것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그의 전성기 시절의 감을 전혀 잃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오히려 그의 전성기는 끝나지 않고 진화하는 듯 보였다.
그에 비하면 스토리는 어쩌면 몇몇 이에게는 심심할지도 모른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모두가 초월적인 게임, '오아시스' 속에 빠져 사는 시대, 오타쿠, 너드인 주인공 웨이드, 닉네임 '파시발'이 죽은 제작자 '할리데이'가 남긴 이스터에그를 찾아나서고 그를 방해하는 기업가와 싸우고 우정과 사랑, 현실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1
심오하지 않고 단순하다. 악역은 단편적이고 압도적인 모습이 부각되지 않는다. 가상현실과 현실사이의 자아의 괴리라던가 하는 보통 SF가 가진 묵직한 고뇌나 스릴을 원하고 극장에 들어섰다면 아마 많이 실망스러울 만한 영화다. 한다는 말이 '게임보다는 현실이 더 중요하니까'라니. 이 얼마나 전형적인가?
그러나 이 작품을 SF가 아닌 게이머, 영화광, 애니메이션 오타쿠 등 모든 문화를 사랑하는,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이들에 대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애정 어린 헌정사라 보면 이 영화는 묵직하게 감동을 밀고 온다.
영화 속 '오아시스'의 제작자 '할리데이'는 스티븐 잡스보다 뛰어나다 평가를 받는 게임 제작자였다. 그는 사회와 소통하는 것이 힘들었고, 그런 자신과 같은 이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 게임은 그가, 그리고 많은 이들이 오히려 사람과 소통하기 힘들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많은 이들이 오아시스에 빠져 밖으로 나오지 못했고, 할리데이는 공동개발자인 모로와 소통하지 못하고 결별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할리데이는 죽는 순간까지 소통하지 못하고 외로웠다.
그런 그는 유언으로 오아시스의 권리를 건 이스터에그 찾기 대회를 만들었다. 말이 대회지 게임의 끝, '엔드 컨텐츠'다. 끝. 모든 것은 끝을 맺는다. 적어도 우리가 사랑하는 문화 컨텐츠들은 그 끝이 명확하다. 아무리 끌고 싶어도 컨텐츠는 점점 생명력을 잃고 그 종막을 향해 달려간다. 후속작들이 아무리 나온다 해도 막을 수 없는 이치다.
그러나 '문화광'들은 그 작품을 너무 사랑해 그 끝을 거부한다. 어떤 때는 2차 창작으로, 어떤 때는 다 끝난 게임을 몇 번씩 반복하며 그 작품에 자신의 추억을 켜켜이 쌓고 그 곳에서 떠나지 못한다. 그 작품에 있는 모든 이스터에그를 다 찾더라도 말이다.
제작자 입장에서 이런 '문화광'들은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한 존재다. 자신의 작품을 열렬히 사랑해주고 그 이야기가 계속되길 바라는 사람들, 그들이 있기에 하나의 작품이 프랜차이즈가 되기도 하고, 단순히 뛰어난 작품에 그칠 수 있던 작품이 세기의 명작으로 기억되기도 한다.(이는 명작들에 대한 평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평가가 있고 나서 작품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십년, 이십년이 지나고, 아직 한 작품에 매여, 더 나아가 문화컨텐츠에 매여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이들을 제작자가 본다면 그 또한 제작자에게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아마 스티븐 스필버그도 그랬을 것이다. 쥬라기공원의 팬들, 인디아나 존스의 팬들, E.T.의 팬들....자기 자신의 작품에 사랑하다 못해 매인 이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다른 작품들, 현실의 소중한 생활들에 관심을 돌려보고 싶었으리라.
그렇기에 스티븐 스필버그는 할리데이에 자신을 담아 감사를 표하고 하고 싶은 말을 한다. 비단 자신의 작품에 매여있는 문화광들 뿐만이 아닌 최대한 많은 작품-제대로 끝나지 않은 작품, 여운남는 엔딩으로 발을 못 떼게 하는 작품,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작품-에 매여있는 문화광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말이기에 동서양, 매체를 가리지 않고 영향이 컸던 수많은 작품들과 캐릭터를 자신의 영화에 녹여낸다. 그리고 마지막, 이스터에그를 찾게 된 후 할리데이는 문을으로 퇴장하며, 스크린 정면을 보며 얘기한다.
"THANK YOU FOR PLAYING."
그동안 자신의 작품을 사랑해줘서 고맙다는 진솔한 할리데이, 스티븐 스필버그가 대표로 하는 이 한마디에 이 작품을 보는 문화광들은 더할 나위 없는 보상을 받는다. 아타리 2600부터 마인크래프트, 오버워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품에 자신의 추억과 함께 매여있던 이들에게 제작자의 진정성 어린 한 마디는 다른 어떤 엔딩과 이스터에그보다 큰 보상이자 엔드컨텐츠였다. 작품에서 이 한마디와 이스터에그를 든 주인공에 적도 아군도 없이 환호하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이 말이 모든 문화광, 진정한 소비자들에게 구별 없이 바치는 존중 가득한 헌사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END는 AND를 만든다. 말장난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영화를 보는 순간 생각난 제목이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그 동안 자기 자신의 커리어의 모든 작품에 대한 마무리 인사를 했다. 그러나 이것이 그의 72년 인생의 끝은 아닐 것이다. 그와 똑같이, 그가 대표로 마무리 인사를 한 모든 작품들 또한 끝나겠지만, 그 것이 그 것을 만든 제작자의 끝은 아닐 것이며, 그 작품들을 사랑해준 많은 문화광들의 인생의 끝도 아닐 것이다.
끝은 아쉬움을 낳고, 그 아쉬움은 또 다른 시작을 낳는다. 한 거장에 의한 감사인사는 수 많은 문화광에게 엔딩을 선물해주었다. 자신에 대한 존중 가득한 헌사를 들은 그들이 현실로 돌아와 할 일은 무엇일까. 신성같은 작품들을 찾아 그 사랑을 그대로 선물하거나 현실에 있는 그의 친구, 그의 가족에게 문화작품에 대한 희열과 아름다움을 전해 문화계의 원동력을 이어나가리라. 그 자신이 신성(新星)을 만들지도 모른다. 문화광들 또한 현실이고, 진짜니까. (Reality is 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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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래머들이 부활절 토끼가 부활절 계란을 숨기듯이 프로그램 내에서 장난을 치는 것을 이른다. 주로 특정한 조건에 맞춰 무언가 장난기 있는 쓸데없는 기능을 작동하게 만든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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