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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쌉싸래한 단편소설]10일간의 죽음 문득, 자신이 낙오자라는 생각이 든다. 가족 가운데서, 친구 가운데서, 시끄러운 군중 가운데서. 자기 자신을 안아줄 사람이 어느 곳에도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이는 자신이 외롭지 않은, 사회가 자신을 받아주는 삶을 동경한다. 기댈 수 있는 다른 이를 찾기 위해 정처 없이 떠돌며 사랑을 갈구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사랑하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면 그 사랑을 위해서라면 다른 이들이 어떻게 보든지 상관없다. 이전보다 세상이 자신에게서 멀어진 것 같지만 상관없다. 자신이 찾은 삶을 너무나도 사랑하기 때문이다. ‘10일간의 죽음’은 이런 삶이 죽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오랜 프랑스 생활에 일본 사회에 섞이지 못하고, 일과 자기과시에 빠진 무관심한 부모 가운데서 처절한 낙오감과 상실감을 느끼던 16살의.. 더보기
[쌉싸래한 단편소설]자차이의 추억-시대의 부산물에게 보내는 위로 어느 나라에나 흥망성쇠는 있고, 세계화가 되면 될수록 세계는 같은 역사를 걸어왔다. 호황과 불황이 번갈아 일어나고 호황 속에서는 무시해도 될 만큼 잘 산다는 이유로 온갖 추잡하고 무책임한 일들이 쌓이고, 불황이 되면 그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면서 감당하기 힘든 파도를 만들어낸다. 무척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 당연한 것이 시대를 몸으로 받아내는 한 개인에게 당연할 수는 없다. 아무리 ‘그 때는 다들 그랬다.’ 고 말해봐도 당연할 수 없다. 우리에게 ‘냉정과 열정 사이’로 유명한 에쿠니 가오리의 단편 ‘자차이의 추억’은 ‘그 때는 누구나 그랬다’는 말로 잊혀지는 시대의 부산물과 같은 이들에게 바치는 위로다. 어느 나라가 빛나는 한 때가 없었겠냐마는 일본의 80년대는 그 중에서도 손 꼽는 시기였다. 지.. 더보기